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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기리 "두렵고 낯선 드라마, 박혁권 선배가 날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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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개그맨 김기리가 배우로서 의미있는 도전을 시작했다.

김기리는 SBS 월요극 '초인가족 2017'에서 박원균 역을 맡아 열연했다. '초인가족 2017'은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초인이라는 주제 아래 평범한 회사원 주부 학생의 이야기를 웃음과 감성, 풍자를 통해 그린 드라마다. 작품은 시청률 3%대로 종영했지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잡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작품을 마친 김기리는 박원균이라는 이름이 적힌 사원증을 걸고 인터뷰에 응했다.

"정말 많이 배웠다. 인간적으로도 연기적인 면에서도 배우분들과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 추억이 정말 많이 남을 것 같다. 그래서 사원증부터 대본도 빠짐없이 다 챙겼다. 매회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서 그랬다."

박원규는 도레미 주류회사의 재빠른 소식통이다. 가벼운 입 때문에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뺀질이다. 아부의 달인에 의심도 많은 캐릭터라 자칫 밉상일수도 있었지만, 김기리는 그러한 박원균을 유쾌하고 짠하게 그려냈다. 박원균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만삭 아내와 병든 부모님을 지키기 위해, 서바이벌 전쟁터와 다름없는 직장에서 살아남고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보여주며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같은 팀원을 의심하거나 비호감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작가님 감독님이 비중을 실어주려고 노력하셨다. 그냥 하는 행동이 나이라 나름의 이유가 있더라. 아내는 임신하고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승진 욕심보다 살아남으려고 하니까. 우는 장면도 넣어주시고 해서 캐릭터가 밉게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가장 임팩트가 셌던 건 김기리의 오열연기였다.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선뜻 간 이식까지 결심했지만, 결국 아버지를 잃고 빈소를 지키던 그가 서럽게 오열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안쓰럽게 만들었다. 개그맨으로 웃음을 주던 김기리였기에 더더욱 오열 연기는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부담감이 차원이 다르더라.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부담이 엄청났다. 촬영하시던 이광영PD님도 촬영 끝나고 '너무 걱정했는데 잘해줘서 좋았다'고 하셨다. 내가 언제 또 울지 모르고 처음 우는 건데 진심으로 상황에 몰입해서 울어보고 싶더라. 장례식장 신에서 혼자 일찍가서 빨리 상복으로 갈아입고 계속 영정사진 쪽에 혼자 숨어있었다. 나름 혼자 엄청 싸우고 노력했다. 그날 매니저랑 스타일리스트가 처음 온 친구들이었는데 내가 되게 우울하고 뭔 일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다더라. 하루 종일 그 연기를 하기 위해서 말수도 없어지고 그랬다. 그 정도로 열심히 했다.

사실 김기리가 이 정도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개그맨 출신 연기자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고, 그동안 연기에 도전했던 개그맨들이 모두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감초 역할을 담당하며 웃음을 주로 안겼던 터라 정극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약하기도 했다. 김기리 또한 개그맨 출신 연기자에 대한 편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를 악 물었다.

"처음에는 개그맨이기 때문에 인사도 안 받아주는 건 아닌가 걱정도 했다. 사실 개그맨 출신 연기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도 있긴 했다. 편견과 선입견이 있으니까 더 극에 어우러지려고 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반짝반짝 빛나야지 하는 건 없었다. 피해 안 입히고 잘 어우러져서 드라마가 잘 되게끔 구성원으로서 한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그무대에서 주인공인 코너도 해봤지만 정확하게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어준 건 다름아닌 박혁권, 그리고 이광영PD였다. 모든 게 처음이고 낯선 김기리에게 때로는 조언을, 때로는 격려를 해주며 무사히 극을 잘 마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김기리는 "이광영PD님은 정말 사랑한다"며 웃었다.

"박혁권 선배님은 정말 매너있고 사리분별도 확실하고 좋은 분이다.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정말 많이 도와줬다. 자기 의견은 확실한 분이지만 절대 그걸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많은 제안과 조언을 해줬다."

김기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에 도전할 생각이다. 향이 확실하게 남는 독한 향수 같은 배우가 되기보다는 은은한 잔향을 남길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는 게 그의 목표다.

"향수를 많이 뿌리면 위화감이 들 수 있다. 그런 느낌보다는 은은하게 향이 남는 섬유유연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사람은 참 향기롭다, 같이 있으니까 기분이 좋다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