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시즌, 한 경기 한 타석이 소중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은퇴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슬러거 데이비드 오티스(42)는 마지막 해에 38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시작 전에 은퇴를 예고하고, 마치 은퇴를 말려달라는 듯 화려한 피날레를 만들었다. 마지막 시즌 15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5리, 127타점. 메이저리그에서 20시즌을 뛰었는데, 41세 마지막 시즌에 개인 통산 네 번째로 많은 홈런을 때렸다.
지난해 오티스와 오버랩되는 얼굴이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은퇴하는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41)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이승엽은 변함없이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이승엽은 5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5, 16호 홈런을 터트렸다. 두 개 모두 임팩트가 강한 홈런이었다. 결승타가 된 2회 선제 2점 홈런, 흐름을 굳히는 7회 1점 홈런을 쳤다.
5일까지 73경기, 290타석에서 16홈런. 경기당 0.22개를 때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남은 64경기에서 14개를 추가해 30홈런까지 가능하다. 상징적인 의미가 큰 30홈런이다. 삼성은 80경기를 치러 64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이승엽의 마지막 30홈런은 2014년 32개. 2013년 13개로 주춤했는데, 금방 홈런타자 면모를 되찾았다. 이후 살짝 떨어졌다. 2015년 26개를 기록했고, 지난해 27개를 쳤다.
지난 두 시즌과 수치상 엇비슷한 페이스다. 2015년과 2016년 팀이 80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79경기에 나서 15개씩 쳤다. 타석당 홈런수는 이전 두 시즌보다 올 해가 높다. 2015년에는 337타석, 2016년에는 356타석에서 15홈런이다. 이승엽은 2014년까지 8차례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홈런에 관한한 '은퇴를 앞둔 41세 레전드'라는 말이 무색하다. 주축타자로 자리잡은 구자욱(15개)과 외국인 4번 타자 다린 러프(14개)를 제치고 팀 내 1위다. 지난 겨울 팀 상황을 감안해 홈런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공약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해 KBO리그 40대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만 40세에 27개(공동 8위)를 때려, 2006년 41세 펠릭스 호세(롯데 자이언츠)의 22개(2위)를 뛰어넘었다. 만 41세인 올 해 기록을 고쳐 쓸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5일 현재 KBO리그 통산 459홈런 기록하고 있다. 많은 팬들이 이승엽의 주시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