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예상대로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의 위력은 막강했다.
첫 선을 보인 18라운드부터 오류를 정확하게 잡아냈다. 4번의 판정이 바뀌었다. 1일 인천-광주전에서는 1호 판정이 나왔다. 광주 박동진의 반칙이 경고를 넘어 퇴장까지 줄 수 있는지 여부를 VAR을 통해 가렸다. 이날 경기에서는 웨슬리의 득점도 VAR을 통해 오프사이드로 판정 받았다. 울산-수원전에서는 1호 득점 취소가 나왔다. 후반 17분 이종호의 득점이 무효로 선언됐다. 2일 서울과 전북전에서도 VAR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울산-수원전에서 기계 결함으로 판독에 다소 시간이 걸린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1분 내외의 시간에 정확한 판정이 이루어졌다.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기형 인천 감독은 "정확한 판정이었다. 주심도 사람이어서 실수할 수 있는데 VAR이 결정적인 순간에 좋은 기능을 하면 억울한 팀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황선홍 서울 감독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팬들도 VAR의 도입을 반겼다. 사람의 눈보다 정확한 카메라의 렌즈는 분명 K리그를 둘러싼 심판에 대한 불신을 잠재울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첫 날 향후 VAR 운용의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장면도 나왔다. 울산-수원전에서 나온 이종호의 득점 무효 장면이다. 이종호는 김승준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이종호가 호랑이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이 득점은 취소되고 말았다. 득점 이전 과정에서 울산 한승규가 수원 김종우의 공을 빼앗을때 시도한 태클이 반칙이었다. 울산은 태클 후 세번의 패스를 거쳐 득점을 만들었지만, 최종 판정은 무효였다.
VAR은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제시한 ▶골 ▶페널티킥/노페널티킥 판정 ▶레드카드(두번째 옐로카드 상황은 제외) ▶징계조치 오류(mistaken identity) 4가지 상황에서의 명백한 오심에 대해서만 개입한다. 이 중 애매한 것이 골 상황이다. 골까지 만들어지기 전 '공격적 전개' 과정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여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수원전은 '공격적 전개' 과정에서의 반칙을 인정했다. 지금까지 VAR을 시행한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과 2017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물론 울산-수원전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정확한 판정이었다. 김도훈 울산 감독도 "득점 이전 상황이 파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판정은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보다 애매한 상황이다. 만약 이종호의 골이 나기 전 패스가 더 이어지거나, 혹은 패스 방향이 바뀌었을 경우 어떻게 판단할지 여부다.
VAR을 실행 중인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고민이기도 하다. FIFA나 IFAB도 '공격적 전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흐름이 바뀌는 축구에서 과정까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유병섭 대한축구협회 전임강사는 "VAR은 아직 완벽히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시범 운영 중이다. IFAB에서도 공격 전후 시점을 어디로 볼 것인가에 대해 정확히 단정짓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세가지 기준은 있다. ▶오픈 플레이에서 공격 팀이 볼을 점유하는 단계 ▶공격을 시작하는 시점 ▶공격팀의 플레이가 상대 진영에서 시작하는 단계, 이 세 단계에서 규칙 위반이 있은 후 득점이나 페널티킥 상황이 되면 VAR을 통해 리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준이 애매하다. 사례는 있지만, 확실한 성립 요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유 강사는 "확실한 것은 VAR이 주심을 돕는 부심이라는 점이다.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해 VAR을 사용하는 것이다. 영상판독도 최종적으로 주심이 결정한다"며 "로컬룰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FIFA와 IFAB가 향후 어떤 기준을 마련할지가 중요하다. 분명 향후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