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을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두산 왕조'를 얘기했다. 두산 전력이 워낙 알차고 견고해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항상 최고 전력을 유지하긴 어렵워도, 지난 해 두산이 보여준 막강 전력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예상이었다. 지난 시즌 두산은 한시즌 역대 최다승인 93승(1무50패)을 거두고,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선발 투수 더스틴 니퍼트(22승)와 마이클 보우덴(18승), 장원준, 유희관(이상 15승)이 70승을 거뒀다. 역대 최강 팀 중 하나로 꼽혔던 두산은 전력 누수없이 2017년 시즌을 맞았다. 겉으로는 그랬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의 주인공은 니혼햄 파이터스, 니혼햄의 에이스이자 중심타자 오타니 쇼헤이였다.
지난 시즌 니혼햄은 87승3무53패, 승률 6할2푼1리를 기록하고 퍼시픽리그 1위에 올랐다. 선수 면면도 화려했다. 선발 10승-22홈런을 기록한 오타니는 리그 MVP에 뽑혔고, 다카나시 히로토시는 신인왕(10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2.38)을 수상했다. 또 외국인 타자 브랜드 레어드는 홈런왕(39개), 나카타 쇼는 타점 1위(110개)에 올랐다.
두산은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에 4전승을 거두고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니혼햄은 재팬시리즈에서 센트럴리그 우승팀 히로시마 카프에 1~2차전을 내준 뒤 4연승을 기록하고 4년 만에 샴페인을 터트렸다. 지난 시즌 무서울 게 없었던 베어스와 파이터스다.
그런데 올 시즌 두 팀은 기대했던 성적을 한참 밑돌고 있다. 두산은 3일 현재 37승1무37패, 승률 5할로 5위다. 1위 KIA 타이거즈에 12게임, 2위 NC 다이노스에 8.5경기 뒤져있다. 지난 달 초까지만 해도 3위를 지키며 선두권 도약을 노렸는데, 하락세를 타면서 미끄러졌다. 지난 10경기에서 2승(8패)에 그쳤다.
지난 해 '판타스틱 4'의 일원으로 주축 선발로 활약했던 보우덴이 부상으로 1군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에이스 니퍼트는 7승에 평균자책점 3점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베스트 전력에 균열이 생기고, 계산이 크게 어긋났다. 최근엔 주축 타자 양의지, 민병헌까지 사구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다. 주전과 비주전간 실력차가 크고,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년간 최고 전력으로 비교적 편하게 팀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만일의 상태에 대비하지 못한 책임은 감독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니혼햄은 3일 현재 30승43패, 승률 4할1푼1리로 1위 라쿠텐 이글스에 17경기 뒤진 5위다. 일본 프로야구 양대리그 12개팀 중 승률 10위. 리그 3위까지 클라이맥스 시리즈(포스트 시즌) 진출권이 주어지는데, 3위 세이부 라이온즈와 격차가 8.5게임차로 벌어졌다. 투타 핵심 전력 오타니가 전반기에 부상으로 정상가동하지 못 한 게 아쉽다. 주포 나카타는 63경기에서 타율 2할4푼-14홈런-44타점로 주춤하고, 5승을 거둔 아리하라 고헤이가 팀 내 최다승이다.
계산은 늘 어느 정도 어긋난다. 날씨가 화창해도 궂은 날을 대비해야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