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순방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일정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접견이었다.
문 대통령은 3일 오전 9시30분부터 10시까지 30분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바흐 위원장을 단독 접견했다. 이후 바흐 위원장, 구닐라 린드버그 IOC 평창올림픽 조정위원장,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FT) 총재, 유승민 IOC 선수위원, 안민석 국회의원이 배석한 가운데 10시50분까지 환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바흐 위원장과의 단독 접견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평화올림픽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참가는 IOC 결정에 달려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만약 북한이 참여한다면 올림픽 정신의 고취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과 세계의 평화, 그리고 인류 화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바흐 위원장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님과의 면담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의 면담을 연상케 한다"고 화답했다. "그 당시 북한의 시드니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했는데, 김대중 대통령께서 한 말씀으로 정리해 주셨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 김 대통령께서는 '북한이 동의하면 나는 무엇이든 동의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김 대통령의 이 한 말씀을 가지고 북한을 설득했고, 북한의 시드니올림픽 참가와 동시 입장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으면 결과적으로 시드니올림픽의 성공에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의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이것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길"이라며 평화올림픽의 취지에 대해 동감을 표했다.
단체 면담에서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한 평화올림픽은 일관된 화두였다. 바흐 위원장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 "이번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에서 세계태권도연맹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 그 노력 덕분에 대화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준비위원회,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께서 G20 정상회담 이후 평창을 방문하신다면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준비가 잘 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충분한 붐업이 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염려가 된다. 새정부로서는 첫 번째 치르는 대규모 국제행사인 만큼 성공을 위해 당연히 지원을 할 것이다. IOC가 이 부분에 함께 노력해 달라"면서 "북한의 참가는 그 자체로 대회의 붐업과 성공적 개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평화 구축에 있어서의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비인도적 분야의 대화, 지지를 확보했으므로, 스포츠 분야의 협력 강화가 가능해졌다. 또 IOC가 북한 참가의 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평창조직위원회와 강원도도 북한의 참가를 위해 적극 노력해 달라. 나도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면 북한의 참가를 위해 중국 측의 협력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IOC 차원의 결의문 채택을 통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지"에 대한 가능성도 타진했다.
이 자리에서는 체육계의 현안이자 주된 관심사인 IOC 위원 관련 이야기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바흐 위원장에게 'IOC 위원' 자리를 언급하면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전격적인 IOC위원 출마에 정부가 교감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바흐 위원장에게 "여기 있는 유승민 위원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 2명인 IOC 위원(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승민 IOC선수위원)의 숫자를 한국의 국제스포츠 기여도에 맞게 세 자리로 늘리는 것은 어떤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16일 IOC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2)의 IOC위원 입후보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IOC위원 선출위원회(IOC Members Election Committee)가 신청서를 심사한 후 심사를 통과하면 서면보고서를 IOC집행위원회에 제공한다. 이달 9~1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되면 IOC 총회 안건으로 상정된다. 9월 13~17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제130차 IOC총회에서 투표가 이뤄지고, 과반수를 얻으면 IOC위원으로 선출된다. 지난 8일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추천을 받은 이 회장은 NOC 자격으로 IOC위원에 도전한다.
이날 문 대통령과 바흐 위원장의 회동은 어렵게 성사됐다. 29일 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 폐회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바흐 IOC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귀국 스케줄을 3일로 미뤘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바흐 위원장을 접견하며 '국정 제1과제'로 삼은 평창동계올림픽과 스포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