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승영 사장이 2013년 10월 중순 A심판에게 3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상벌위원회를 열어 구두 경고 징계를 내렸다. 야구관계자 개인간의 단순거래도 규약위반이다. 사안이 중대한데도 징계 사실을 비공개로 했다. 그러면서 승부조작과는 상관이 없는 개인간의 돈 거래였다고 선을 그었다.
때론 팩트보다 소문이 무서울 때가 있다. 의혹이 계속되면 불신이 쌓이고 결국엔 신뢰가 무너진다. 프로야구는 스포츠다. 먹고 사는 문제, 생산성과는 거리가 멀다. 시속 170km 강속구를 던지고, 150m 홈런을 쳐도 연필 한 자루, 쌀 한톨 만들 수 없다. 팬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전부고, 그들이 발길을 거두는 것이 최악의 비극이다.
KBO는 지난 2016년 8월 8일 구단에 '리그 관계자간 금전 거래 관련 조사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조사위원이 직접 구단들을 돌며 대면조사도 벌였다. 또 상벌위원회(지난 3월)를 열어 논의를 했다. 금전거래를 확인하고도 두산 구단이 입을지도 모를 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발표를 하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다.
KBO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심판이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복수의 야구계 지인과 금전 거래를 한 소문과 정황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가 더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계좌추적 등 사법권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사법당국에 수사의뢰를 해야한다.
자진 신고를 한 구단만을 대상으로 한 간단한 확인작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팬들은 2013년 플레이오프를 코앞에 두고 오간 금전거래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아무리 KBO가 설명을 해도 설득력을 얻기 힘든 분위기다. 설사 사실을 소리높여 말한다고 해도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면 KBO가 재조사 내지 재수사에 나서는 게 낫다. 나쁜 부분을 들춰내 정화작업을 벌이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두산 외에 연루가 된 구단이 있으면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나아가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야구관계자들의 일탈에 대해서도 좀더 능동적인 대처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건은 해당 심판과 구단 관계자는 물론이고 KBO에도 막중한 책임이 있다. 현 상황에선 사후처리가 최우선이다. 아무리 계도한다고 해도 공정한 승부에 흠집을 내면서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위험성은 커진다.
최대 예방효과는 확실한 징계 과정과 기준, 의지다. 이를 통해 일벌백계하고 나쁜 의도들이 숨을 공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불법적인 움직임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모, 가족도 어찌하지 못하는 개인의 불법행위를 누가 막겠나. KBO의 결단이 필요하다. 박재호 스포츠 1팀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