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의 금강산 추모식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통일부에 정몽헌 전 회장의 북한 금강산 추모행사를 위한 대북 민간접촉 및 방북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 전 회장의 금강산 추모식이 진행될 경우 금강산관광 재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3년 8월 이후 매년 금강산 특구 온정각 맞은편에 있는 추모비 앞에서 고 정 전 회장의 추모행사를 열었으나 지난해에는 북한 핵실험 도발 등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다. 올해는 다음 달 추모행사를 위한 방북을 신청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북측과의 조율을 위한 민간접촉 승인을 통일부로부터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측은 "8월 4일 고 정 전 회장의 14주기를 앞두고 이달 중 방북 승인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리며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감안하면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방북 승인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다. 8월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과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 유엔의 대북 제재 분위기,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강경론 등 변수가 많아 상황이 유동적이다. 현 정부에서 대북접촉을 승인받은 민간업체들이 모두 북측으로부터는 방북을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져 북한이 현대그룹의 금강산 추도행사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다만 북측과 친분이 있던 현대그룹이라는 점에서 방북을 수용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북측과 한국 정부가 현대그룹의 방북을 승인할 경우 현정은 회장은 금강산을 찾아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고위 관계자들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금강산관광 재개 가능성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금강산관광은 1998년 정몽헌 전 회장이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북측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11월 18일 금강호가 처음 출항하면서 시작됐으나 2008년 7월 11일 관광객이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