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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에 목 말랐던 황재균, 145km 포심은 너무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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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에 목 말랐던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밋밋한 포심 패스트볼은 지나치게 느렸다.

황재균은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5번-3루수로 중심 타선에서 스타팅 멤버로 나선 황재균은 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로 데뷔전에서 홈런을 터뜨렸고, 팀의 승리를 이끄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겨울 1년 스플릿 계약(빅리그 승격 여부에 따라 보장 조건이 달라지는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건너간 황재균은 개막 이후 줄곧 트리플A에서 뛰었다. 트리플A 68경기에 출전해 254타수 73안타(0.287)-7홈런-44타점의 성적을 낸 가운데, 오는 7월 2일까지 빅리그에 콜업되지 않으면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황재균 역시 어느정도 마음 정리를 하고, 콜업이 안될 경우 옵트아웃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발힌 상태였다. 옵트아웃이 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타 구단 이적 혹은 KBO리그 복귀가 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가 곧바로 황재균을 빅리그에 불렀다. 28일 콜업이 결정된 황재균은 29일 콜로라도전에서 곧바로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완벽하게 잡았다. 100점 짜리 데뷔전이었다.

두번째 타석에서 내야 땅볼로 첫 타점을 기록한 후 세번째 타석에서 친 첫 홈런이 결승점이 됐다. 황재균이 홈런을 친 상대 투수는 콜로라도의 선발 카일 프리랜드. 프리랜드가 2B로 몰려있는 상황에서 던진 3구째 90.1마일(145㎞)짜리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밋밋하게 들어왔고, 황재균은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35m짜리 대형 솔로 홈런이었다.

장타에 대한 구단의 의문을 떨칠 수 있는 한 방이다. 황재균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연일 장타를 터뜨렸지만, 트리플A에서는 68경기 홈런 7개에 그쳤다. 꾸준히 장타력을 어필했던 그에게는 조금 못미치는 성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다른 내야수를 빅리그로 콜업할 때마다 '황재균의 장타력이 아쉽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데뷔전에서 장타력을 스스로 입증했다.

수비도 가장 자신있는 3루수로 출전해 빈틈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경쟁력을 위해 외야와 1루까지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던 황재균이지만, 주 포지션은 3루다. 이날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안정감 있게 수비를 했다.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낸 황재균은 당분간 기회를 더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큰 경기에 더 강했던 특유의 강심장이 앞으로도 발휘될 것인가. 일단 출발은 좋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