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의 신예 유주안(19)에게 2017년 6월 25일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프로 데뷔전 3분 만에 도움으로 첫 공격포인트를 쓴 데 이어 골맛까지 봤다. 팀이 3-1로 앞서던 상황, 60분을 뛰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올땐 홈팬들 뿐만 아니라 서정원 감독과 주장 염기훈, 동료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대로 승리가 이어졌다면 완벽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이 희롱했고 수원은 강원에 자책골로 동점을 내주며 3대3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 후 믹스트존을 빠져 나가는 유주안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다잡았던 승리를 놓친 팀의 허탈감은 유주안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었다. "경기 하루 전 감독님과 선배들이 '자신감 갖고 뛰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홈 경기에서 데뷔해 도움에 이어 골까지 넣었다. 하지만 팀이 이기지 못한 게 아쉽다."
거침없는 질주였다. 경기시작 3분 만에 프로 첫 공격포인트를 썼다. 왼쪽 측면에서 김민우가 강원 수비수 두 명 사이로 찔러준 패스를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안으로 치고 들어가 왼발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는 조나탄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수원이 2-1로 앞서던 전반 44분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조나탄이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띄운 볼을 문전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 강력한 왼발슛으로 마무리 했다. 유주안은 "경기 전까지 교체 투입을 생각했는데 선발로 투입되어 놀랐던 게 사실"이라며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잘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그대로 상황이 나왔다. 슛찬스에서는 빈공간에 정확히 집어넣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2골-2도움을 합작한 조나탄과의 콤비 플레이에 대해선 "(조)나탄이형이 먼저 내게 다가와 호흡이나 움직임에 대해 조언해줬다. '수비 뒷공간을 계속 파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조나탄은 이날 유주안이 골을 넣자 축구화를 닦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축하했다. 유주안은 "사전에 준비한 것은 없었는데 (조)나탄이형이 센스를 발휘한 것 같다"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유주안에겐 보다 빨리 이름을 알릴 기회가 있었다. 최근 국내서 펼쳐졌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그 무대였다. 하지만 신태용호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유주안은 "함께 뛰었던 친구들이 대회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유주안은 "관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차올랐다. 다시 박수를 받는 순간을 만들어 보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수원은 강원전에서 비록 승리를 안지는 못했지만 유주안이라는 '미완의 대기'를 얻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