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해 정말 잘 해야 한다."
지난 1월 초 강릉에서 만난 이근호(32·강원)는 결의에 차 있었다. 4년 만에 K리그 클래식으로 복귀한 강원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목표로 내걸고 폭풍영입으로 전력을 끌어 올렸다. '억' 소리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 첫 주자가 이근호였다. "구단이 많은 투자를 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을 이어가기 위해선 우리가 성적으로 증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구단도 따라올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올해 정말 잘 해야 한다. 강원의 활약으로 K리그가 보다 나은 환경, 활력 있는 리그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클래식이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 ACL 출전권을 논하긴 이르지만 강원은 순위표 허리를 지키며 순항 중이다. 하지만 변수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황진성이 사후징계를 받은데 이어 수원전에서는 정조국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선수 한 명이 아까울 정도로 옅은 스쿼드인 강원에겐 숨이 턱까지 차오를 수밖에 없다. 강원이 26일 현재까지 치른 클래식 16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15경기를 풀타임으로 마친 이근호의 체력도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6월 A매치 2연전을 치르고 온 뒤에도 쉴틈이 없었다. 정조국의 부상으로 대안마저 없어진 상황에서 부담감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이근호는 25일 수원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면서 팀의 3대3 무승부에 일조했다.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무너질 것 같았던 강원은 이근호의 추격골이 없었더라면 전북전에 이어 또 다시 대패를 당할 수도 있는 승부였다. 상주와의 리그 개막전 뒤 15경기 만에 나온 멀티골, 잔뜩 고무될 법한 성과지만 이근호는 차분했다. "경기를 뛴 숫자에 비해 골을 많이 못 넣어 아쉬움이 있었다. (수원전 멀티골은) 향후 자신감을 가질 만한 부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선배 정조국의 부상을 더 걱정하는 눈치였다. 이근호는 "오늘 제일 안타까운게 (정)조국이형의 부상이다. 우리 팀의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 못하다보니 다가오는 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였다"고 근심을 드러냈다.
짊어진 무게가 크지만 주저 않을 수는 없다. 강원 주장 완장을 찬 이근호에겐 더욱 그렇다. 이근호는 "솔직히 지난 전북전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이전까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힘에 부치더라. 오늘(수원전)은 그나마 좀 나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 팀이 '다음 경기'를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근호의 투혼과 헌신 덕에 강원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