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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이너피스"…'아이해', 이유리가 보여준 '결혼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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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가 '현실 결혼기'를 그려내고 있다.

25일 방송된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는 결혼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변혜영(이유리)의 모습이 그려졌다. 변혜영은 시어머니 오복녀(송옥숙)가 가짜 깁스를 하고 일부러 시집살이를 시켰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하지만 오복녀는 자신도 신혼 방문을 보고 당황했으니 비긴 셈 치자고 적반하장으로 나왔고, 변혜영은 "이너피스(마음의 평화)"를 외치며 화를 삭혔다. 오복녀는 일하고 있는 변혜영에게 문자 메시지 테러를 퍼부었고, 결국 변혜영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 가출을 감행했다. 더욱이 믿었던 차정환(류수영)마저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면서 변혜영은 결혼 인턴제 종료를 고민하게 됐다.

이러한 변혜영의 모습은 '결혼은 현실'이라는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 짠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결혼 전까지 변혜영은 일적으로도 사랑에도 성공한 당당한 커리어우먼이었다. 남자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가며 인생을 개척했고,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왔다. 그런 변혜영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혼전 동거와 결혼 인턴제 제안이었다. 결혼이라는 틀에 갇혀 자유와 권리를 잃을 것을 두려워했던 그는 혼전 동거를 시작했고, 그 사실이 들켜 양가가 뒤집어지자 결혼을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차정환과 그 모친에 대한 확신은 없었고, 결혼 인턴제를 제안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1년 간 결혼 생활을 해보고 맞지 않는다면 깔끔하게 헤어지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모든 일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변혜영의 사고 방식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역시 결혼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었다. 정식 결혼 생활이 아닌 인턴제라고는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의 결혼은 당사자 간의 결합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었다. 신혼 생활 시작과 동시에 시댁과 합가하게 됐고, 신방 개방부터 자질구레한 집안일까지 시어머니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변혜영의 이성적인 사고 판단은 무용지물이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라는 매직 월드에 가려져 오복녀의 모든 행동은 합리화 됐다. 똑 소리나는 변혜영조차 제대로 한번 따져묻지도 못하고 당해야 했다. 중간 역할을 해줬어야 할 차정환의 태도 또한 변했다. 연애 시절에는 변혜영의 말이라면 무조건 '오케이'를 외쳤던 자상한 남자친구였지만, 결혼 뒤에는 자신의 어머니를 감싸기에 급급한 효자 아들로 변해버렸다. 오복녀의 가짜 깁스 사실을 묵인해주는 한편 변혜영이 시집살이를 당할 때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심지어 가출한 변혜영의 마음을 달래주기는 커녕 "너도 결혼을 후회하냐. 나도 그렇다"며 자기 연민에 빠졌다.

이는 실제 한국 사회의 결혼 문화와 고부 갈등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라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오복녀의 행동은 남편과의 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나머지 아들에게 집착하고, 아들을 남편의 대리인으로 여긴 나머지 며느리를 '아들을 빼앗아 간 여자'로 인식하고 미워하는 시어머니의 전형적인 패턴을 그대로 따른다. 차정환 또한 결혼과 동시에 독립된 가정의 가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리 효도'를 강요하는 우유부단한 남편상을 반영한다. 시아버지 차규택(강석우)은 얼핏 보면 가장 정상적인 것 같지만, 사실 모든 문제는 그가 오복녀에게 제대로 남편 노릇을 해주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데 급급한 삶을 살아왔기에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아버지가 이상해'는 200% 리얼한 변혜영의 결혼 생활을 통해 결혼은 이상과 판타지로 성사될 수 없으며 상호간의 존중과 배려로 갈등을 해결해나가야 유지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공감과 짜증을 동시에 유발하는 '아버지가 이상해'표 현실 결혼이 어떤 결말을 맺게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