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아니지만 정신적 무장은 돼 있다. '상암 대첩'이라고 하더라. 기념적인 날이 됐으면 한다."
김태완 상주 감독의 바람이었다. 6월 25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날이다. '군인' 신분인 상주 선수들의 정신 무장이 더 될 수밖에 없다.
FC서울과의 결전을 앞둔 김 감독은 "지난 23일 부대장님의 강조 말씀이 있으셨고 전쟁은 아니지만 정신적 무장은 돼 있다. '상암 대첩'이라고 하더라. 기념적인 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배수진을 쳤다"고 맞불을 놓았다. 황 감독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보였다. 황 감독은 지난 21일 10명이 싸운 대구와 무득점으로 비긴 뒤 자책했다. 당시 데얀, 박주영 윤승원 스리톱을 내세운 자신의 선택을 실수라고 인정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뒤지는 대구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 부분은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때문에 이날 상주전에선 물러설 곳이 없었다. 황 감독은 "6·25라는 점도 있지만 상무는 에너지가 강하고 빠른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물러설 곳이 없다.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배수진을 쳤다"고 밝혔다.
이날 황 감독은 윤승원 원톱 카드를 꺼냈다. 데얀과 박주영을 벤치에 두고 시작했다. 주중-주말 경기를 펼치는 빡빡한 일정을 고려한 로테이션 개념이었다. 황 감독은 "고민을 했다. 데얀이 휴식 타이밍이었고 상대가 측면 공격이 좋아 압박으로 적극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 윤승원을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뚜껑이 열렸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35분 수비수 뒷 공간을 파고든 이석현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고요한의 크로스를 받은 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규로 대신 하대성을 교체투입한 서울은 6분 만에 동점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오른쪽 측면을 파괴한 상주의 김병오가 올린 땅볼 크로스를 페널티박스로 쇄도하던 황순민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황선홍 서울 감독이 강조하던 측면 봉쇄에 실패한 것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서울은 후반 15분 윤승원 대신 데얀을 투입해 골 결정력을 높이려고 애를 썼다. 데얀은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후반 20분 아크 서클에서 날린 왼발 슛이 아쉽게 오른쪽 골 포스트를 빗나갔다.
이 슈팅으로 서울은 공격의 활기를 되찾았다. 데얀은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또 다시 날카로운 슈팅으로 상주의 골문을 위협했다.
서울은 계속해서 상주를 몰아붙였다. 후반 32분에는 박주영이 헤딩으로 흘려준 공을 하대성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가 아쉬움이 컸다. 2분 뒤에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세밀한 패스 이후 저돌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한 심상민이 회심의 왼발 슛을 날렸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40분에는 결정적인 슈팅이 골문을 외면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땅볼 크로스를 받은 데얀이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린 것이 왼쪽과 오른쪽 골 포스트를 모두 맞추며 튕겨 나왔다.
그러나 두들겨도 열리지 않던 서울의 공격에 비해 상주는 빠른 역습으로 후반 추가시간 승부를 뒤집었다. 김호남에게 역전골을 내주고 결국 1대2로 패했다.
상암=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