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설명이 필요없는, 만인이 믿고 보는 송강호가 올여름 관객의 콧잔등을 다시한번 시큰하게 만들 예정이다. 송강호의, 송강호에 의한, 송강호를 위한 묵직하고 진한 감동 휴먼 스토리. '국보급 페이소스'를 볼리는, 송강호가 곧 장르인 '택시운전사'가 8월 극장가 파란을 예고했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다룬 휴먼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더 램프 제작).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를 통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손님을 태우고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 김만섭 역의 송강호, 정 많은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 역의 유해진, 꿈 많은 광주 대학생 구재식 역의 류준열, 그리고 장훈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광주를 취재한 '푸른 눈의 목격자',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운 택시운전사 김사복. 실존 인물인 두 사람을 모티브로 1980년 5월 광주를 스크린에 녹여낸 '택시운전사'. 뜨거운 그날의 이야기와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 전 세계를 사로잡은 명배우가 총출동해 올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오른 작품이다.
먼저 송강호는 캐스팅 초반 '택시운전사' 제안을 고사한 이유에 대해 "무슨 자랑도 아니고 부끄럽다. 아무래도 너무 아픈 현대사를 다룬 이야기라서 마음의 부담감이 있었다. 나쁜 부담감은 아니다. 좋은 부담감이다. 큰 역사의 부분을 감당하기에 내 자신의 자질이 부족해 보였다. 이런 두려움이 생겨 '택시운전사'를 처음에는 고사했다"며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는 '변호인'(13, 양우석 감독) 때도 그랬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스토리가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점점 커졌다. 분명 힘든 이야기지만 뜨거움의 열정, 열망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었다. 도리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픈 역사의 기본이 상실된 부분 아닌가? 도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송강호는 실존인물을 연기한 것에 대해 "실제인물이나 어떤 분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마음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극 중에서는 10만원을 주기 때문에 광주에 갔다는 설정이 있지만 실제 인물 또한 광주의 비극을 목격하고 독일기자와 동행하는 마음은 '택시운전사'의 만섭과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송강호는 "실제 광주항쟁이 벌어질 때가 중2였다. 라디오로 접했는데 그땐 모든 보도가 가짜였다. 한동안 이 비극에 대한 진실을 모르고 있었고 정부가 심어둔 이미지에 빠져있었다. 사실 이 아픔을 몰랐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실제 독일기자의 용기와 진실에 대한 열정을 알게 되면서 배우로서도 숭고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뭉클한 마음을 전했다.
'효자동 이발사'(04, 임찬상 감독) '변호인' 등 근현대사의 아픔을 전하는 영화를 선택한 송강호. 그는 "'효자동 이발사' '변호인' '밀정'(16, 김지운 감독) '택시운전사' 등 의식하지 않았지만 필모그래피를 보면 근현대사를 다룬 소재의 영화에 출연을 많이 해왔다. 우리가 모르고 해왔던 지점과 알고는 있었지만 예술로 승화한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지점이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그렇다고 현대물이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런 장점이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런 작품에 녹아들고 싶었다"며 "이런 영화를 통해 비극과 아픔을 전하기 보다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 비극이었지만 이 사회에 전하는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화도 여느 대중 영화와 다르지 않다. 기분 좋게 영화 한편을 관람하신다면 많은 감흥이 있을 것이다. 우려하던 선입견 없이 영화를 즐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택시운전사'는 배우들간의 호흡 또한 역대급임을 자부했다. 송강호는 첫 호흡을 맞춘 유해진에 대해 "20년을 알고 지낸 사이인데 작품을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고 웃었다.
이에 유해진은 "라면 광고를 제외하고는 작품에서는 처음이다"며 "많은 선후배가 송강호라는 배우와 함께하길 원한다. '의형제'(10, 장훈 감독) 당시 송강호를 보러 갔다. 그 촬영 때 몰래 송강호의 연기를 훔쳐보기도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류준열 역시 "송강호 선배와 호흡을 맞춘게 내겐 버킷리스트와도 같았다. 이번에 리스트 중 하나를 성취했다. 극장에서 처음으로 두 번 본 영화가 '괴물'(06, 봉준호 감독)이다. 그만큼 송강호 선배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그래서 너무 좋았다. 촬영장에서도 툭툭 한 마디씩 던져주셨는데 그 모든게 너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극찬을 한몸에 받은 송강호. 그는 "이런 자리라 추켜세워준 것 같다.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어려운 영화, 작품에 흔쾌히 열정적이고 뛰어난 연기를 해준 후배들이 고맙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유해진, 류준열 모두 사랑받고 있지 않나? 이런 두 사람의 열정이 '택시운전사'에 고스란히 묻어날 것이라 믿는다"고 후배들에 대한 믿음을 밝혔다.
'택시운전사'의 모티브가 된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 또한 눈길을 끈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NRD의 카메라맨으로 시작해 베트남 전쟁에서 종군 기자로 활약했고, 이후 일본 특파원 기자로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교류를 쌓은 그가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상찮은 상황을 듣고 취재를 위해 광주로 향한 인물이다. 그곳에서 기자의 신분을 숨긴 채 계엄 하의 삼엄한 통제를 뚫고 광주의 참상을 생생하게 취재해 전 세계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이러한 위르겐 힌츠페터를 연기한 독일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은 2002년 열린 제5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피아니스트'(03,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빌름 호젠펠트 역을 연기한 배우로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조스 웨던 감독)로 얼굴을 알린바, 송강호와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선보일 것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장훈 감독은 토마스 크레취만을 캐스팅한 과정에 대해 "'피아니스트'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다. 우리 영화에서도 외신기자로 영어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이왕이면 독일배우가 하길 바랐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배우가 토마스 크레취만이었다. 에이전시에 연락을 해봤는데 '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는 답을 받았고 그럼에도 제안을 하고 싶어 시나리오를 영문으로 보냈다. 이후 토마스 크레취만 집에 찾아가 미팅을 했는데 오히려 우리의 진심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진정성을 느낀 상태였다. 설득하러 갔다가 저녁까지 대접먹고 오게 됐다"고 밝혀 장내를 웃게 만들었다.
송강호 또한 토마스 크레취만과 호흡에 대해 "토마스 크레취만과 연기를 하는데 있어 전작 '설국열차'(13, 봉준호 감독)가 전혀 도움이 안됐다. 오히려 '설국열차' 때는 도망갈 곳이 많았는데 '택시운전사'는 더 좁아 도망살 곳이 없었다. 침묵이 많았다. 간단한 대화는 했지만 서로 피곤만 줄 것 같아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해외 촬영으로 제작보고회에 참석하지 못한 토마스 크레취만은 제작기 영상을 통해 송강호에 대한 첫인상을 전했다. 그는 "송강호는 첫 만남 때부터 잘 통할 것 같았고 역시 편안했다. 우리는 손짓, 발짓을 통해 교류했고 즐겁게 촬영했다"며 앞서 유해진, 류준열과 마찬가지로 송강호에 대한 무한 신뢰, 무한 애정을 과시했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이 가세했고 '고지전' '의형제'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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