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대호 빠진 롯데, 라인업 오류 사건이 남긴 것

by

2017년 6월 16일은 롯데 자이언츠, 아니 KBO 역사상 절대 잊혀질 수 없는 날이 될 것이다.

롯데가 선수명단 제출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는 사상 초유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롯데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대2로 역전패를 당했다. 1회초 선두 전준우가 넥센 선발 브리검으로부터 중월 솔로홈런을 쳐 6회까지 앞서 나갔으나, 7회말 2점을 내주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4번타자 이대호가 빠져 공격력이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은 이랬다. 경기전 조 감독은 "오늘 이대호는 지명타자로 나가고 최준석이 1루수를 본다"고 밝혔다. 즉 3번 1루수 최준석, 4번 지명타자 이대호로 선발라인업을 짰다는 이야기다. 롯데는 1회초 조 감독이 밝힌대로 3번 최준석, 4번 이대호 순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톱타자 전준우가 중월 솔로홈런을 날렸고, 손아섭이 볼넷을 얻어 무사 1루. 최준석은 우익수플라이, 이대호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런데 1회말 넥센의 공격 도중 전광판에 소개된 롯데 라인업에서 잘못된 것이 발견됐다. 전광판에는 3번 최준석의 포지션이 지명타자, 4번 이대호는 1루수로 명기돼 있던 것이다. 그런데 롯데 1루에는 조 감독이 앞서 밝히대로 최준석이 서 있었다. 이에 대해 넥센 장정석 감독이 심판진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롯데측에서 제출한 라인업대로 전광판에 표시된 것이니 그에 따라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 즉 전광판상의 1루수 이대호가 교체로 빠지고, 지명타자 최준석이 1루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형식으로 라인업이 수정됐다. 이대호의 4번 타순에는 규정상 투수 노경은이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롯데는 이에 대해 "출전선수 명단 제출과 공지에서 현장 커뮤니케이션에 실수가 있었다. 제출 명단에는 이대호가 1루수로 되어 있었다. 오늘 이대호를 1루수에서 지명타자로 바꾼 것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의 타순 구상이 선수명단을 작성하는 담당 현장직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롯데는 전준우의 홈런으로 리드를 잡은 뒤 추가점을 올리지 못해 결국 역전을 당했다. 만일 이대호가 그대로 있었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를 일이었다. 대신 4번타자로 나선 노경은은 두 차례 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했다. 프로 데뷔 이후 한 번도 타석에 선 적이 없는 투수가 4번타자를 맡는 팀이 공격을 제대로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롯데는 병살타를 3개나 치며 스스로 찬물을 끼얹기까지 했다. 노경은은 '투타 겸업'을 하는 상황에서도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결과는 패전투수였다.

이날 롯데의 선수명단 제출 오류 사건이 남긴 교훈은 이렇다. 그라운드 안에서나 밖에서나 집중력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