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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이준익 감독 "선택 받은 건 이제훈 아닌,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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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준익(58) 감독이 배우 이제훈(33)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제작). '황산벌'(03) '왕의 남자'(05) '평양성'(11) '사도'(15) '동주'(16)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배경, 시대적 인물을 그리는 탁월한 연출력으로 정평이 난 '사극 킹' 이준익 감독의 신작이다.

스스로를 '불령선인'이라 칭하며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펼치던 청년 박열. '박열'은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한 후 대역 사건으로 기소돼 일본에서는 조선인 최초의 대역 죄인으로, 조선에서는 영웅으로 불린 인물을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사실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또한 강렬하게 풀어냈다. 기존 알려진 항일운동가와 달리 박열은 생소한 항일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데, 이준익 감독은 이런 기이하고 낯선 박열을 자신만의 위트와 감동으로 129분을 가득 채웠다. 고정관념 깨뜨리는 파격적인 시대극, 이준익 감독의 또 다른 인생작이 탄생한 셈.

'박열'은 이준익 감독의 인생작이기도 하지만 타이틀롤을 맡은 이제훈에게도 필모그래피의 한 획을 그을 인생작이 됐다. 이제훈은 일본 한복판에서 남루한 생활을 하지만 조선인을 조롱하는 일본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등 기세만은 당당했던, 말 안 듣는 조선인 중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 박열을 소화했다. 간토대지진의 혼란을 틈타 자행된 무차별적인 조선인 학살 문제를 무마시킬 희생양으로 지목돼 검거되지만 그는 오히려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면서 조선인 학살 문제를 전 세계에 폭로하는 영웅을 완벽히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다.

이준익 감독은 "사실 이번 작품은 이제훈이 내 프러포즈를 받아줬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다. 알다시피 많은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로 프러포즈를 하고 배우들이 이를 받아들이면 앙상블이 성사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제훈은 자신이 나에게 선택당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 반대다. 내가 이제훈에게 선택받은 것"이라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모든 배우가 어떻게 매번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겠나? 우리만 봐도 분명 어울릴 것 같아 산 옷이지만 장롱에 걸어두기만 하고 입지 않는 옷들이 많지 않나? 그런 이치랑 똑같다. 이제훈은 데뷔 초 '파수꾼'(11, 윤성현 감독) '고지전'(11, 장훈 감독)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와 반대로 안 맞는 옷을 입어 불편해 보일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다 다시 '박열'로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이다. 이번 영화는 배우 이제훈이 아닌 그 시대의 박열로 보여 너무 만족스럽다. 예상했던 대로 내가 만든 옷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모델을 보는 희열이 상당했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박열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렸을 때 이준익 감독은 이미 이제훈을 마음에 뒀다는 것. 마치 운명처럼 박열은 이제훈이어야 했다고. '파수꾼'에서 또는 '고지전'에서 본 이제훈의 서늘함, 피 끓는 청춘은 '박열'이 잘 맞는 옷 입을 예상하게 만든 힌트였다.

"부디 '박열'을 보면서 배우 이제훈을 떠올리지 않길 바란다. 아니,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박열' 속 이제훈은 이제훈이 아닌 온전한 박열이었다. 이제훈이 가진 숨겨진 모습이 박열에 완벽히 투영됐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떻게 인생이 탄탄대로일 수만 있겠나? 때론 흙길도, 꽃길도 걷는 것 아닌가. 이제훈 역시 꽃길을 걷다가 흙길도 걷도 다시 꽃길을 걷게 된 것이다. 우리 영화는 6주 동안 24회차로 찍어 완성된 영화다. 이제훈을 비롯한 모든 배우, 스태프들의 실력으로 개봉까지 할 수 있게 된 작품이다.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한편 '박열'은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권율,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동주' '사도'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