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이 유력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3)의 후임 사령탑 찾기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대한축구협회가 1차적으로 극복해야 할 최대 난제는 새 기술위원장 선임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15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마지막으로 기술위원회를 소집, 주재한 뒤 위원장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선임이 됐을 때부터 이 위원장과 한 배를 탔던 슈틸리케 감독도 경질될 전망이다. 또 전례대로라면 이 위원장과 함께 11명의 기술위원들도 동반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표면적으로는 '포스트 슈틸리케'에 관심이 쏠려있다. 한국 축구에는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특급 소방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 슈틸리케'의 조건은 의외로 단순하다. 책임감이 강하면서 잃을게 없는 지도자여야 한다.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변화를 주지 못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구현되더라도 지도자 경력 단절에 예민하지 않는 사령탑이 선임돼야 한다.
하지만 A대표팀 감독을 먼저 뽑기 전 더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이 위원장의 공백 메우기다. 현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에선 각급 대표팀 감독 선임의 권리는 협회 독립기구인 기술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기술위원들이 각급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감독들과 동반 책임을 지는 모습이 그런 이유 때문에서다.
협회 수뇌부는 최대한 빠르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두터운 신뢰를 보였던 이 위원장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정 회장이 14일 카타르전 관전 이후 여전히 중동에 체류 중이다. 축구 관련 회의 때문이다. 협회 수뇌부는 정 회장이 돌아오기 전까지 후보를 마련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새 기술위원장의 선임 조건도 따져보면 간단하다. 차기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국내 감독에게 기술적인 직언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축구인이어야 한다. 사실 이 위원장도 기술위에서 분석한 기술적 문제점을 슈틸리케 감독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지 못했다는 것이 협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부임 이후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 월드컵 2차예선 무패 등 '꽃길'만 걷던 슈틸리케 감독이 최종예선에 돌입하면서 급격하게 내리막을 걸을 때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 빠른 위기관리대처 능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그러나 골든타임을 놓치자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기술위가 스스로 자신들의 위상을 깎아내린 셈이다.
새 기술위원장의 하마평에 오를 수 있는 후보는 세 명 정도로 압축된다. 홍명보 전 항저우 감독(48), 안익수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52), 김학범 전 성남 감독(57)이다.
홍 전 감독은 협회에서 키운 인물이기도 하다. 프로팀 지도자 경력이 없을 때 A대표팀 코치부터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올림픽대표팀 감독, 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 엘리트 코스를 밟게 했다. 특히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독이 든 성배'를 들었던 홍 전 감독은 이후 중국 항저우에서 젊은 선수 육성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구단의 지나친 간섭에 문을 박차고 나와 한국에 거주 중이다.
안 전 감독은 이미 두 차례 협회 기술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체육학 박사 출신인 안 전 감독은 자신만의 소신이 뚜렷하다.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이 낮다. 또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기 전까지 20세 이하 대표팀의 초석을 다진 지도자다. 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김 전 감독은 2014년 7월 이용수 기술위원장 선임 당시 복수 후보로 리스트에 올랐던 지도자다. 대쪽 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남들이 A라고 말할 때 B라고 말할 수 있는 후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