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불공평하다. 불안한 건 불펜인데 선발에서 또 샛별이 탄생했으니 말이다. 불안한 1위팀 KIA 타이거즈 얘기다.
KIA는 시즌 초반부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막강한 선발진에 좋은 타격이 더해져 얻은 결과물이다. 불펜진이 불안해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4.32로 전체 4위다. 그런데 불펜은 6.00으로 전체 꼴찌다. 불펜진 보강을 위해 엔트리 변경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마무리 임창용이 투구 밸런스를 잡겠다며 자청해 2군으로 내려갔다. 김윤동을 비롯해 홍건희 심동섭 고효준 박지훈 등 중간투수들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선발은 평균자책점 3.56으로 LG 트윈스(3.33)에 이어 전체 2위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21번으로 2위 LG(16번)에 크게 앞선다.
타이거즈 선발이 이렇게 잘 해줄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시즌 전만해도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 '원투펀치'에 새 외국인 투수 팻 딘까지 3명의 선발이 좋다는 평가는 있었다. 하지만 4,5선발이 문제였다.
그런데 갑자기 임기영이 튀어나왔다. 4,5선발 경쟁에서 뒤처져 있었는데, 불펜 강화를 위해 4선발 후보 홍건희가 빠지면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임기영은 올 시즌 완봉승을 2번 거둔 유일한 투수다. 지난 4월 18일 수원 kt 위즈를 상대로 첫 완봉승을 따냈고, 지난 7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다시 완봉의 기쁨을 맛봤다. 총 11번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9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12일 현재 7승2패로 다승 공동 2위, 평균자책점 1.82로 3위다. 에이스란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믿음직스러운 4명의 선발에 이제 5선발까지 완벽해지려 한다. 들쭉날쭉한 김진우를 잊게 만드는 좌완투수 정용운이 샛별이다.
정용운은 지난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시즌 첫 선발등판했다. 임기영의 등판 차례였지만 김기태 감독이 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정용운을 임시 선발로 올렸다. 당시 꼴찌 삼성에 2연패를 당해 스윕패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김 감독은 미래를 위해 정용운을 그대로 투입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좋은 투구를 했고, 1군에서 중간계투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정용운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예상외의 대박이었다. 정용운은 5이닝 2안타, 5볼넷, 2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13대3 대승을 이끌었다.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안정적인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광주 넥센 히어로즈전에 다시 한번 그를 선발투수로 투입했다. 2연패를 당해 2위 NC 다이노스에 반게임차로 쫓기고 있던 상황이었다. 정용운은 부담이 큰 경기임에서 침착하게 역할을 수행했다. 7이닝 3안타, 3볼넥, 4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자신의 '인생투'를 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두번의 선발등판이 모두 힘든 상황이었는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임기영과 정용운을 발굴해 최강 선발진을 구축한 KIA다. 이제 불펜에도 '백마탄 기사'가 나타날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