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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고창 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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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상순이지만 대낮은 한여름이다. 올여름도 길고 덥다는 예보이고 보니 보양식 등으로 미리 체력을 보충해둬야 할 듯싶다.

흔히 여름 보양식으로는 장어를 꼽는다. 이무렵 전북 고창을 찾으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장어의 맛을 볼 수가 있다. 특히 고창은 '장어'와 '복분자'의 명산지로, 이 둘의 조합은 통설에 비춰 가히 환상의 미식궁합이다.

이즈음 고창 들녘에서는 복분자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풍천장어 또한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때이다.

고창 사람들은 예로부터 인천강으로 회유하는 장어를 잡아 구이와 탕 등으로 즐겼다. 이제는 회유어족이 적어 양식 장어가 대부분이지만 그 명성만큼은 여전하다.

고창에서도 장어는 대부분 구이로 먹는다. 소금구이, 양념구이…. 장어는 지방함유량이 상당히 많아서 소금만 뿌려 구우면 자칫 기름 향이 고기 맛을 압도할 수가 있다. 따라서 소금구이는 애벌구이를 통해 기름기를 충분히 빼서 제 맛을 즐긴다. 특히 갓 잡은 장어보다는 손질 후 몇 시간 숙성한 뒤에 굽는 게 보통이다. 특유의 미각과 식감이 살아남은 물론, 살과 껍질이 분리되지 않고 잘 구워지기 때문이다.

흔히들 큰 생선이 맛있다고 하듯, 큰 장어 또한 맛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장어구이집 사장님들은 크건 작건 저마다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큰 것은 살이 탄탄해서 씹는 식감이 좋고, 작은 것은 살이 여려서 더 부드럽다는 것이다. 물론 큰 녀석들이 비싸다 보니 더 맛나게 느껴질 법은 하다.

장어는 그야말로 영양덩어리다. 대단히 기름지다. 하지만 그 지방 성분이 불포화 지방산이라 몸에 괜찮다. 특히 5~6년산 장어의 경우 비타민 A의 함량이 쇠고기보다 무려 1000배나 많고 열량은 두 배에 가깝다고 하니 이만한 보양식이 또 없다. 특히 대물 장어의 경우 부드러운 육질이 도톰하게 발달해 그 구이는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는다. 하지만 맛나고 몸에 좋다고 해서 많이 먹는 것은 금물이다. 너무 기름져 자칫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풍천 장어'를 '고창 장어'의 브랜드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풍천'은 고창의 개천 이름이 아니다. 풍천이란 바닷물과 강물이 합쳐지는 내를 일컫는 말이다. 고창에서도 장어가 잘 잡히는 곳은 인천강(주진천)이라는 풍천이다. 따라서 고창의 풍천장어는 선운사 앞에서 줄포만(곰소만)으로 흘러드는 인천강 일대의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잡히는 뱀장어를 일컫는 것이다.

선운사 어귀의 인천강은 예로부터 큰 바람이 서해 바닷물을 몰고 들어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대표적인 풍천이다. 식도락가들이 유독 고창 장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맛있기 때문'인데, 이는 장어의 서식지인 인천강의 잘 발달된 뻘과도 무관치 않다.

고창에서 장어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는 선운사 입구가 유명하다. 인천강 가까운 곳에 장어구이촌이 형성되어 있어 아무 집에나 가도 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한편 고창은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유적지 탐방에 미식기행, 온천욕 등 이른바 멀티기행의 묘미에 푹 빠져들 수 있는 매력 있는 여행지다. 고인돌이야 세계 각처에 분포하고 있지만 동북아, 그중 한반도지역의 고창이 세계적인 군락지로 통한다. 그만큼 고창이 예로부터 비옥한 토지와 해변, 온화한 기후 등을 갖춰 살기 좋은 명소였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초여름, 선사인들이 보증했던 살기 좋은 터전, 전북 고창으로의 식도락 기행을 적극 추천해본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