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한국에서 닻을 올린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 달간 펼쳐진 스무 살의 월드컵은 수많은 이야깃거리와 함께 역사의 한 장으로 남았다.
▶최대 이슈, 비디오 판독
이번 대회는 유독 '최초' 기록이 많았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s)이 대표적인 예다. FIFA는 오심을 줄이고 판정에 정확성, 공정성을 기한다는 취지로 VAR을 도입했다.
VAR의 힘은 첫 판부터 드러났다. 지난달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중계영상에 라우타로가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 VAR을 통해 팔꿈치 가격을 뒤늦게 확인한 주심은 퇴장 조치를 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16강 진출 팀을 가르기도 했다. 5월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잠비아와 코스타리카의 최종전에서는 VAR 결과 잠비아의 골이 취소되면서 운명이 갈렸다. 반면 같은 시각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이란의 경기에서는 VAR 판독으로 이란의 페널티킥이 취소됐다. 그 결과 3위에 머물러 있던 포르투갈이 2위로 16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아바' 승부차기의 새로운 묘미
이번 대회에서는 이른바 '아바(ABBA)'라 불리는 새로운 방식의 승부차기가 도입되기도 했다. 이 방식은 동전 던지기로 선축 또는 후축이 결정된 후 A팀-B팀이 순서대로 승부차기 하던 것과 달리 A팀-B팀-B팀-A팀-A팀-B팀-B팀의 순서로 승부차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3월 축구 규칙을 제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 연례정기회의에서 결정됐다. 선축팀이 후축팀보다 승리 확률이 높기에 공정한 환경에서 승패를 가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17세 이하(U-17) 챔피언십 등에서 시범 시행된데 이어 이번 월드컵에서 FIFA 주관대회 최초로 도입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승부차기가 세 차례 펼쳐졌다. 그 결과 후축팀이 두 차례 승리를 챙기며 승률 66.6%를 거머쥐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서 벌어진 모든 승부차기에 나선 우루과이는 1승2패를 기록했다. 파비안 코이토 우루과이 감독은 "새롭게 바뀐 승부차기 방식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전 11기' 잉글랜드, 대회 첫 우승컵
마지막 역시 '최초'의 역사가 쓰여졌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의 결승전이 펼쳐졌다. 1977년 대회가 태동한 이후 두 팀이 결승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까지 잉글랜드는 4강, 베네수엘라는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누가 이겨도 역사가 되는 마지막 경기. 우승컵을 사이에 놓고 두 팀은 팽팽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정상은 오직 한 팀에만 허락됐다. 치열했던 한 판 승부 끝에 잉글랜드가 전반 35분 터진 칼버트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 승리, 사상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