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들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을 때 흔히 나오는 답은 "앞으로가 기대되고 궁금한 배우"다. 수많은 배우들의 꿈을 정확하게 이룬 배우가 있다. 바로 박해진이다.
박해진은 데뷔작인 KBS2 '소문난 칠공주'(2006)을 시작으로 '에덴의 동쪽' '내딸 서영이' '별에서 온 그대' '닥터 이방인' '나쁜 녀석들' '치즈인더트랩' 등 모든 출연작을 흥행에 성공시키며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 기록은 단순히 '흥행 보증 수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출연작마다 시청률 대박을 내는 흥행력을 가진 30대 남자 배우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다정다감한 멜로가이에서 소름돋는 사이코패스까지 폭 넓은 캐릭터를 쌓아온 배우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큰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활동했다는 기록이기도 하다.
"슬럼프는 딱히 없었다. 소속사 변경 문제가 있었을 때 조금 힘들긴 했지만 안 좋은 일이 있다고 자책하고 땅 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언젠가 지나가겠지 하고 넘어가는 타입이다. 많은 것을 껴안고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다만 배우이다 보니 아직 이 역할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했는데 바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할 때 조금 힘들긴 했다. 이정문('나쁜녀석들') 같이 센 캐릭터를 하고 나면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몰입하는데 오래 걸리는 작품이 빠져나오는데도 오래 걸린다. 그래도 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만을 준다는 말을 믿는다. 또 내가 정말 못하는 일이라면 내가 한다고 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박해진이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소문난 칠공주' 때나 JTBC 금토극 '맨투맨' 때나 변함없이 샤프하고 완벽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특별히 구설에 오를 만한 스캔들도 없었다.
"하면 할수록 느는 게 걱정이니까 걱정은 내려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갈수록 나한테는 냉정해지고 자기자신에게 엄격해지는 것 같다. 비주얼이나 연기에 대해서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다 신경쓰게 되고 걱정도 많아지는 것 같다."
배우가 연기 걱정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1m 86의 키에 훤칠한 비주얼을 겸비한 박해진이 외모 걱정을 한다는 건 의아하다. 데뷔 초부터 완벽한 비율을 뽐내며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장본인인데 말이다. 가진 자들이 더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나는 체격이 큰 걸 선호한다. 하지만 나는 얼굴부터 살이 찌고 몸부터 살이 빠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화면에 샤프하게 나오려면 체중을 많이 떨어트려야 한다. 내가 원하는 체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3개월 정도 시간을 잡고 몸을 키웠다 다이어트를 하며 체형을 다져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없을 때는 다이어트를 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나는 식탐도 많고 살이 잘 지는 체질이다. 90kg까지 나간 적도 있다. 항상 다이어트와 싸우고 있다. '맨투맨'을 촬영할 때도 4~5kg 정도 감량해서 67~8kg를 유지했다. 아침은 집에서 간단히 먹고 점심에는 일반식을 조금 먹고 저녁은 거의 먹지 않았다."
꾸준한 자기 관리와 자기 계발, 그리고 타고난 바른 생활은 지금의 박해진을 있게 한 원동력인 듯 하다. 성실하고 바른 그에게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도 빠져들었다. 특히 반응이 뜨거운 곳은 중국어권이다. 최근 사드 여파로 금한령이 내려진 상황이지만 여전히 박해진의 인기는 뜨겁다. '맨투맨' 컴백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 현지 언론들도 일제히 박해진의 복귀 소식을 전했고, 그의 생일에는 29개 중국 매체 기자들이 SNS로 생일 축하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박해진의 이름은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특별한 공백기나 휴식기 없이 꾸준히 작품을 했던 게 컸던 것 같다. 국내에서 꾸준히 작품을 하고, 국내 활동을 쉬는 동안에는 중국에서 작품을 하다 보니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국에도 한류스타로 진출한 게 아니라 작품을 하는 배우로 진출했던 거라 또 다른 사랑을 보여주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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