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야속했다.
정 현(67위·삼성증권 후원)은 4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년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3회전서 니시코리 게이(9위·일본)에 세트스코어 2대3(5-7, 4-6, 7-6<4>, 6-0, 4-6)으로 석패했다.
▶'비'에 갈린 운명
1박 2일에 걸쳐 치러진 경기였다. 둘은 3일 대결을 시작했지만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 2시간을 기다렸지만 비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다음날로 순연됐다.
정 현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1~2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이내 집중력을 발휘해 3세트를 챙겼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정 현은 4세트도 3-0으로 멀찍이 앞서며 기세를 올렸다. 반면 니시코리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듯 답답함을 호소했다. 테니스 라켓를 내리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정적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비'였다. 4세트 중반 내린 비가 승패를 갈랐다. 경기는 4일 4세트 게임스코어 3-0 상황에서 재개됐다. 니시코리는 전략적으로 세트를 포기했다. 정 현이 손쉽게 4세트를 챙기며 경기를 5세트로 끌고 갔다.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두 선수는 게임스코어 4-5 상황까지 시소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정 현은 10번째 경기에서 상대에 점수를 내주며 패배를 기록했다. 2015년 한때 세계랭킹 4위까지 올랐던 니시코리가 위기 상황에서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한 결과다.
▶프랑스오픈으로 확인한 상승세
이날 패배로 정 현의 도전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몇 가지 소득을 얻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프랑스오픈 징크스를 깼다. 그는 2015년 조별예선, 2016년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3회전까지 진출하며 메이저대회에서 개인 최고 성적을 냈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15년 US오픈과 올해 호주오픈 등 두 차례 2회전 진출이다.
무엇보다 상승세를 이어가며 자신감을 얻었다. 정 현은 4월 바르셀로나 오픈에서는 라파엘 나달(4위·스페인)과 접전을 펼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달에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MW오픈에서 4강에 오르며 자신의 투어 대회 최고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 3회전에서도 니시코리를 끝까지 괴롭히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한 돌풍이 아닌 확실한 상승세였다. 덕분에 정 현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