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20세 이하(U-20) 월드컵 도전이 멈춘 직후 방송 인터뷰, 카메라에 비친 신태용 U-20 감독의 눈가는 불그스레 했다.
'강심장', '난놈'으로 불리는 신 감독은 40대 중반 또래 감독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경험을 한 사령탑이다. 선수 시절부터 지략과 실력으로 똘똘 뭉친 당찬 '여우'였고, 성남 일화 감독, A대표팀 수석코치, 리우올림픽 감독, U-20 대표팀 감독까지 다양한 연령, 다양한 성격의 선수를 섭렵하고, 잔인한 승부의 세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남은 '상남자'다. 웬만해선 얼굴에 표정을 쓰지 않는다. 신태용의 눈물을 본 적 없다. 안방 대회에서 '할 수 있다'는 마음 하나로 최고의 성적을 열망했기에 아쉬움도 컸다. 아들같은 선수들이 20세 이하 월드컵에 건 꿈과 땀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기에 "많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나 스승으로서, 감독으로서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눈물이 그냥 눈물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위해 소중한 눈물이 된다면 좋겠다. 더 강한 내공을 쌓아 더 크게 성장해서 돌아오길 기대한다"는 말로 6개월간 정든 제자들을 떠나보냈다. 리우올림픽 온두라스전 직후 눈물을 펑펑 흘리던 손흥민을 떠올렸다. "세상에 골 안 넣으려고 경기에 나가는 선수가 어디 있겠나. 흥민이도 그날 많이 울었지만 그 이후로 더 잘하더라. 선수는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호-이승우의 A대표팀 조기발탁에 대한 의견도 분명히 했다.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의 분투와 성장을 독려했다. "이 선수들이 일단 클럽에서 베스트는 아니더라도 경기에 지속적으로 뛰는 수준이 돼야 한다. 소속팀에서 못 뛰는데 한번 잘했다고 A대표에 뽑는 것은 그렇다. 승호도 이제 체력적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고, 이승우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더 키워야 한다. 한살 위인 황희찬이 리우올림픽 이후 잘츠부르크에 가서 웨이트를 많이 하고, 많이 노력해서, A대표팀에 발탁된 것처럼 백승호 이승우도 1~2년 사이에 목표를 만들고 노력하면 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백승호 등 선수들이 16강 탈락 후 많이 울었다.
▶그냥 졌다고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이날의 패배를 되새기면서 미래를 위해 소중한 눈물이 된다면 좋겠다. 경기에 져서 흘리는 눈물이냐, 아니면 성장의 의미이냐가 중요하다.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흘리는 눈물과 팬들한테 너무 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눈물은 차이가 크다. 더 강한 내공을 쌓고 더 성장해서 돌아오길 기대한다. 리우올림픽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지고 펑펑 울던 손흥민이 이후에 성장한 것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손흥민이 온두라스전에서 그렇게 못 넣을 줄 알았나. 토트넘에 가서는 더 어려운 것도 많이 넣더라. 세상에 골 안 넣을려고 경기에 나가는 선수가 어디 있겠나. 흥민이도 그날 많이 울었지만 그 이후로 더 잘하더라. 선수는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이승우 백승호는 플레이스타일도, 패배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참 다르더라.
▶성격 차이가 크다. 승호는 안튀려고 하는데 승우는 튀려고 한다. 승우는 하는 행동이 튀어서 그렇지 착하다.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튀는 부분이 있어서 가끔 욕도 얻어먹는데 내가 보기엔 착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밖에서는 승우가 안에서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솔선수범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많았다. 처음에는 나도 튀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후 마음의 문을 열면서 알아서 하더라. 4개국 친선대회 끝나고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면서 모 기자한테 "'신승우'라고 불러달라"고 했다더라. 팀을 위해 희생한다고 했고, 나는 선수를 믿었다. 선수를 다독거리고 상황에 맞게 만들어주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무조건 윽박지른다고 되는 건 아니다. 무조건 우쭈쭈해줘서도 안되고…. 내겐 다 아들같은 선수들이다.
-이승우 백승호 A대표 선발에 대해서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시기상조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도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이 선수들이 일단 클럽에서 베스트는 아니더라도 경기에 지속적으로 뛰는 수준이 돼야 한다. 아직 자기 소속팀에서 붙박이도 아니고, 이승우 같은 경우는 두 단계 아래 팀(바르셀로나 후베닐)에서 뛴다. 이승우 백승호라고 해서 이름값으로 A대표에 뽑으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 유망주도 중요하지만 기준을 명확히 만들어줘야 한다. 소속팀에서 못 뛰는데 한번 잘했다고 A대표에 뽑는 것은 그렇다. 기량적으로 아직 어린 선수 맛이 난다. 승호도 이제 체력적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고, 이승우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더 키워야 한다. 이승우는 순간적인 돌파가 좋지만 성인 레벨 수비는 이기기 힘들다. 승우도 그 부분을 느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더 해야한다. 한살 위인 황희찬이 리우올림픽 이후 잘츠부르크에 가서 웨이트를 많이 하고, 많이 노력해서, A대표팀에 발탁된 것처럼 백승호 이승우도 1~2년 사이에 목표를 만들고 노력하면 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더 노력해야 한다.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것이 보였다.
▶내가 감독으로서 선수들한테 항상 하는 일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우리는 할 수 있다'다. 젓가락 하나는 세울 수 없지만, 젓가락 수십 개를 뭉치면 튼튼하게 설 수 있다. 나 혼자는 안되지만 선수들, 코치, 지원 스태프들이 함께 뭉치면 절대 안 넘어진다. 축구는 실수 할 수밖에 없다. 실수가 무서워서 포기하면 또 다른 실수를 하게 된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다보면 분명 나아진다. 우리 선수들도 4개국 친선대회부터 나아졌고, 본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 개인기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좋은 인재들이 안나온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포지션별로 그에 맞는 스타일과 특징이 있다. 하지만 요새는 특징이 있는 선수가 없다. 그래서 이진현이 아쉽다. 이진현이 4개국 대회만큼만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만큼 안되더라. 이번 대회 기대 이상의 선수는 없었다. 이승우-백승호는 자기 몫을 했다. (백)승호의 몸상태가 더 좋았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시간이 촉박한 것이 아쉬웠다.
-최근 한국축구가 각급 토너먼트 대회에서 부진한 이유는.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부족하다. 올림픽 때도 그랬다. 체계적으로 뛰어야지 실수가 줄어들고 토너먼트에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경기를 못뛰면 머릿속에서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만 있지 경기력이 떨어진다. 우리 선수들의 수준은 절대 낮다고 보지 않는다. 자질은 좋지만 우리 프로팀이나 학원의 성적 지상주의 때문에 키울 수 있는 선수를 못 만든다.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올림픽에서 느낀 것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도 또 느꼈다. 이번 대표팀에서 프로에 뛰는 선수는 한찬희 정도다. 나머지는 리저브도 못들어간다. 이번 대표팀에 연세대 출신이 5명이나 되는데 연세대가 U리그를 안뛰다보니 경기감각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 또래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뽑았는데 말이 안된다. 팬들은 8강, 4강 이야기하는데 냉정히 말하면 조별리그 통과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고비가 포르투갈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겨내지 못해 아쉽다.
-이번 대표팀 중 몇 명이나 A대표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른다. 연령대별 대표들이 A대표팀으로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스무살에 이런 큰 경험을 갖는 것은 복 받은 것이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느끼고 보완하고, 이를 축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A대표팀까지 갈 수 있다. 단순히 개인의 경험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연결구조가 돼야 한다. '홍명보의 아이들'이 좋은 예다. 감독이 생각을 갖고 방향을 설정하니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