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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감독 인터뷰①]포르투갈전 4-4-2 왜?"선수 믿음+승리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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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쉽지. 봐도 봐도 아쉽더라."

신태용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30일,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 탈락 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강호' 포르투갈에 1대3으로 패했다. '신나는 도전'이 멈춰선 그날 밤, 숙소에서 포르투갈전을 새벽 내내 복기했다.

'죽음의 조'라던 A조에서 기니, 아르헨티나를 잇달아 격파하며 2연승으로 16강을 조기 확정했다. 잉글랜드전에서는 이승우-백승호를 아끼며 0대1로 패했지만 밀리지 않는 진검승부를 펼쳤다. '바르샤 듀오' 이승우-백승호를 앞세운 신태용의 신나는 자율축구는 한국축구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국민적 기대와 응원 속에 안방에서 16강, 8강을 넘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꿈꿨다.

16강 탈락 후 '포르투갈전 4-4-2전술은 잘못됐다' '더 수비적으로 했어야 한다' '매경기 전술을 바꾸면 안된다' '잉글랜드전 베스트 멤버로 조 1위를 했어야 한다' 등등 축구 팬들의 때늦은 성토가 쏟아졌다. 기대만큼 아쉬움이 컸고, 아쉬움만큼 비판도 컸다.

20세 이하 월드컵 8강전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경기도 분당에서 아쉬움이 채 가시지 않은 신태용 감독을 만났다. 감독만큼 승리가 절실하고, 감독만큼 패배가 아쉬운 사람이 있을까. 수첩에 남몰래 새겨둔 6월의 경기일정들을 채우지 못한 채 스무살의 월드컵이 끝났다. 안방 대회, 열정과 패기 넘치는 스무살 선수들을 한결같이 믿었고, 어린선수들의 신나고 행복한 축구가 더 높은 곳에 오르길 간절히 소망했었다. 신 감독이 U-20 월드컵 포르투갈전 이후 못다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포르투갈전 패배 후 새벽 내내 경기를 다시 보셨다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3사 방송별로 다봤다. 새벽 내내 봤다. 다시 봐도 아쉽더라. 첫번째 골은 수비 위치가 겹쳤는데, 각도만 잘 건드렸어도 안 먹는 건데… 두번째 골도 등 맞고 어시스트가 됐다. 그런 부분이 너무 아쉬웠다.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니까 왜 졌는지 보완점을 찾기 위해서라도 복기해야 한다.

-포르투갈과의 16강에서 4-4-2 전술을 두고 아쉬운 목소리가 있었다.

▶포르투(4명), 벤피카(4명)에서 호흡을 맞추던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4년 넘게 한 감독 아래서 발을 맞춘 팀이다. 인천에서 이란전을 본 후 4-4-2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용수 부회장께도 그렇게 이야기 했다. 상대가 하루를 덜 쉬었으니까 전반을 뛰면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반에 잘 견디고 몰아치면 후반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반에 2골 먹을거라고 생각치도 못했다. 상대의 양쪽 풀백이 좋아서 이 부분에 대해 대비를 많이 했다. 2일 내내 회복 훈련하고 맞춤형 준비를 했다. 하지만 개인 기량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공 잡으면 급해지고, 포르투갈 선수들은 패스를 언제 넣어주고 하는지 알더라. 하지만 0-0에서는 포르투갈도 그렇게까지 못하는데 0-2가 되니까 포르투갈의 능력이 확연히 나오더라. 선제골을 안줬으면 그렇게까지 안 당했다. 선수들이 당황하다보니 우왕좌왕하고 뭘 할지 몰랐다.

-풀백 고민은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연령대별에는 한계가 있다. A대표팀하고 또 다르다. A대표는 잘하는 선수 뽑으면 되지만, 연령별 대표팀은 좁은 풀 안에서 뽑아야 하니까 격차가 크다. 이번 대표팀에 뽑은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베스트였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그날따라 60% 밖에 못했다. 그날따라 왜 이렇게 몸이 안좋았는지 아쉽다.

-16강에서 탈락한 후 안좋은 댓글들이 이어졌는데 보셨는지.

▶나는 일절 댓글 안본다. 댓글은 좋을 때만 본다. 선수들은 경기 끝나면 스마트폰부터 본다. 댓글을 확인한다. 나는 가급적 보지 말라고 한다. 좋은 내용보다 나쁜 게 더 많다. 올림픽대표팀 때 카타르에서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진출했다고 '개선장군' '옥황상제' 됐다가, 일본에 지고 나니 하루아침에 땅속에 들어가게 되더라. 이게 미디어고, 이게 인간이구나 느꼈다. 그 이후로는 안본다. 좋은 일 있을 때 딱 5개 본다. 안보는 게 좋다. 선수들에게도 'SNS하지 마라, 댓글 보지 말라'고 한다. 좋을 때는 봐라. '내 스스로 안좋았다면 안보는 게 속편하다. 뭐지 하고 궁금해서 보면 훅 간다' 이런 얘기를 해준다. 악성 댓글의 대부분이 경기장에 와서 직접 보고 판단한 사람들이 쓰는 것이 아니다. 기사 한줄 보고 속풀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보면 안다. 운동장에 왔는지 안왔는지, 애정으로 쓰는 댓글인지 아닌지, 어떤 분들은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그런 글을 읽으면 나도 배운다. 미처 내가 몰랐던 것을 볼 때도 있다. 하지만 대놓고 인신공격하고 선수들에게 상처주는 분들은 안된다. 댓글 실명제 했으면 좋겠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쓴소리가 섭섭하지는 않았는지.

▶전혀. (이)영표가 맞는 얘기한 부분도 있더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지. 이겼으면 좋은 이야기를 할 것인데, 졌으니 부족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애정을 갖고 하는 쓴소리는 인정한다.

-뒤늦게 팀을 맡아, 선수 선발 과정부터 힘들었을 것 같다.

▶선수 상황을 전반적으로 모르니까 작년 12월 제주 첫 전지훈련에서는 지켜보기만 했다. 제주 전지훈련은 포르투갈 전훈 멤버 26명을 뽑기 위한 자리였다. 포르투갈에서 지도하면서 봤는데 실망이 컸다. 내 눈높이보다 기량이 떨어졌다. 내 기준이 너무 위에 있었다. 올림픽대표팀, A대표팀에 있다 오니 내 생각이 너무 컸다. 실망을 많이 했다. 돌이켜보니 20세 이하지, 23세 이하나 성인대표팀이 아니라는 깨우침이 들더라. 어딘가 모르게 어리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제서야 눈높이가 맞춰졌다. 몇몇 선수들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통영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선수 발굴에 나섰다. 그때 이진현 같은 선수들을 발견했다.

-이번 대회를 통틀어 제일 잘된 경기는.

▶예선 3경기는 잘됐다. 잉글랜드전도 잘했다. 잉글랜드전에서 왜 베스트를 안 넣었냐고들 한다. 16강 확정됐는데 토너먼트를 준비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의 문제점은 조별 예선 첫 경기부터 결승이라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잉글랜드 포르투갈 같은 팀들은 16강, 8강, 올라가면서 포커스를 맞춘다. 우리는 첫경기부터 한경기 결과에 따라 받는 스트레스, 데미지가 너무 크다. 강팀들은 가진 것이 있기 때문에 짜여진 스케줄 따라 움직이면서 패배를 받아들이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면서 자신감을 올려나간다. 상대는 70~80%의 컨디션으로 8강에 맞춰서 올라가는데. 우리는 위에서부터 내려오도록 돼 있다. 우리는 매경기가 200%를 쏟아야 하는 결승전이다. 그래서 8강 넘어가서는 잘 안된다. 물론 지적하는 대로 매경기 베스트를 넣는 게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승우 백승호 넣는다고 이긴다는 보장 있나. 잉글랜드 선수들은 EPL에서 뛰는 반면 이승우는 프로에서도 두 단계 아래팀(바르셀로나 후베닐), 백승호는 2군(바르셀로나B)에서 한 경기도 못 뛰는 게 현실이다. 기대치고, 바람이다. 둘 들어갔다고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안 뛰고 이겼다면 더 좋은 결과였지 않나. 백승호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 했다. 승호는 20~30분 뛰게 하고 16강을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론적으로 지고 나니까 왜 안 뛰게 했느냐 하는데 감독 아닌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16강 앞두고 부상 변수도 생각해야 했다. 우리 선수들이 4개국 대회, 우루과이, 잠비아 평가전처럼 경기를 했으면 걱정 안했다. 본 대회와 평가전은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기니전부터 결승이라 생각하고 뛰어야 하니까 기니전부터 100%로 갔다. 기니, 아르헨티나전에 우리는 100, 200% 쏟아부었으니 잉글랜드전은 못 뛰던 애들로 체력을 관리해야 했다. 교체 멤버들로 0대1, 한골차로 진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잉글랜드도 베스트팀이 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좋은 팀이 왔다. 잉글랜드 등 강팀들이 베스트 선수들을 내보내면 아시아팀이 이기기가 쉽지 않다. 프로 물 먹고, 이적료 50억~100억짜리 선수들인데 어떻게 이겨낼 수 있나.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우리 선수들이 자신의 70~80% 밖에 못보여줬다는 점이다.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실전과 평가전은 다르다.

-이번 대회, 매경기 전술을 바꾼데 대한 비판도 있다.

▶우리가 실력으로 안되기 때문에 어떤 카드를 들고 나가느냐가 중요했다. 상대가 4-3-3이면 4-4-2로 대응해야 했다. 사실 4-3-3, 4-4-2, 3-5-2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공간만 이해하면 된다. 요즘 축구는 머리가 안좋으면 할 수 없다. 선수들이 책도 읽고 세상도 알아야지 그라운드안에서도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뭐든지 빠르고 다양하게 접해야 축구도 는다. 축구에만 올인한다고 해서 영감이 생기는 게 아니다. 다른 것 하다가 순간적인 영감이 번뜩 떠오른다. 축구만 계속 보면서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려고 한다고 해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 편안하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보다가도 ,샤워 하다가도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매경기 전술 변화가 많았다고 하는데 첫째는 일단 우리 애들을 믿었다. 기본적으로 전술이 확확 바뀌지 않았다. 우리가 4-4-2를 쓸 때 (하)승운이가 내려가면 4-5-1 형태로 간다. 상대를 프레싱할때 (이)승우-(조)영욱, (백)승호-(하)승운이가 짝 지어서 전술적으로 움직이면 수비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 스리백에서는 포어리베로를 기본 포맷으로 했다. 김승우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 재치있는 선수들은 충분히 커버해줄 수 있다. 우리가 실력적으로 밀리니까 지략을 쓰면서 갈 수밖에 없었다. 현대축구는 정보전이니까 경기 전에 라인업이 80% 이상 예측 가능하다. 포르투갈전에서도 멤버가 예측대로 나왔다. 7번만 오른쪽으로 갔더라. 이전까지 3번의 경기에서 모두 왼쪽에 섰으니까 그렇게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 그거 하나 틀렸다. 그게 정보전이다. 우리가 4-4-2로 나올 것이라고 상대가 생각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만약 이겼다면 영웅이 됐을 것이다. '거기서 4-4-2를 쓰다니 역시 지략가'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포르투갈전 뿐만 아니라 이긴 경기에서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면 쉽게 못이겼다. 4-4-2 후회 없다. 그게 상대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선제골만 안먹었다면 무조건 이겼다. 상대가 원톱 섰는데 스리백 쓰면 허리싸움에서 밀린다. 양쪽 풀백이 돌아나오기 때문에 스리백을 쓰면 두드려 맞을 수밖에 없다. 상대는 풀백, 윙포워드가 좋아서 맞받아치면 뒷문이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수비에 빠른 선수가 없어서 공간을 주면 막을 수가 없다. 투블럭, 두줄 수비로 막으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됐다.

-전술 변화가 많은 부분에서 선수들을 어떻게 이해시켰나.

▶지도자가 얼마만큼 쉽게 다가가서 이해시키는지가 중요하다. 힘들게 보여주기 위해서, 내가 잘났다고, 4-3-3, 4-4-2, 3-5-2를 쓰는 게 아니다. 사실 전술은 맥만 잡아주고 형태만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밥만 먹고 축구만 한 선수들인데 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포르투갈전 끝나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허무하다,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운이 안따르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첫 골 실점 장면이 두고두고 아쉽다.

-리우올림픽 8강 온두라스전(0대1패) 패배와 비교하면.

▶경기 내용을 보면 온두라스전이 더 아쉽다. 포르투갈전은 실력 차가 있으니까 '이게 현실이구나' 하는 부분도 있다. 프로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 대학교 저학년 선수들이 이 정도로 해준 것에 '우리 애들 참 잘했다'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게 생각나니까 담담해지더라. 온두라스전은 다시 못올 기회라고 생각했다. 경기를 잘해놓고 졌으니, 너무 아쉬웠다.

-포르투갈전 다음도 준비했었나.

▶이번에는 한게임 한게임에만 집중했다. 포르투갈만 이기면 가장 힘든 고비를 넘는 것이라 생각했다.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너무 영상을 많이 봤다. 상대를 어떻게 부술까 고민을 너무 많이 했다. 평상시보다 훨씬 많이 봤다.

-리우올림픽 8강에 이어 20세 이하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하면서 '신태용은 토너먼트에 약하다'는 팬들의 평가도 있다.

▶그렇게 평가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모두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실력이 월등하거나 상대와 격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졌다면 감독 능력이 부족한 것인데, 물론 감독 능력이 안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 대회는 기량 차가 현격했다. 리우올림픽 때 온두라스전은 너무 아쉽고, 포르투갈전은 기량 차가 컸다. 선제골을 안 먹었다면 버티면서 승부를 볼 수 있었는데 그 부분이 안됐다. 대중이 평가하는 부분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공격축구를 너무 강조한 것이 아닌가.

▶물론 토너먼트에서는 조금 더 냉정해져야 한다. 수비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그렇게 가야 한다. 하지만 수비축구는 해서는 안된다. 언제까지 수비축구로 세계를 상대할 것인가. 그렇게 한게임 이긴다고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우리의 기량이 잉글랜드, 포르투갈과 차이가 나지만, 수비하다 당하는 것보다 '맞불'로 직접 부딪혀 보면 우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수비만 하다보면 우리가 뭘 했는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못 느끼고 끝난다. 나는 감독으로서 이기기 위해 경기하지, 비기기 위해 경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