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들의 '구원 변신'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일본, 미국 프로야구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KBO리그는 5명의 선발진을 꾸리기 어렵다. 10개 구단을 살펴봐도, 5선발이 제대로 돌아가는 팀을 찾을 수 없다. 특히, 시즌을 치르면서 선발 투수들이 지치는 시기가 찾아온다. 무더운 여름을 버티기는 더욱 힘들다. 그럴 때는 중간에 등판하는 롱릴리프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삼성 라이온즈의 장원삼, SK 와이번스의 김태훈 등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좌완 장원삼은 지난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5승8패2홀드 평균자책점 7.01을 기록했다. 명성에 걸맞지 않은 활약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시범경기까지 순조롭게 소화했다. 선발 한자리를 꿰찼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구위는 기대 이하였다. 팔꿈치 통증까지 겹쳤다. 4월에 선발로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8.84(19⅓이닝 19자책점). 결국 4월 28일 1군에서 제외됐다. 삼성의 선발 계산은 꼬였다.
그러나 장원삼이 5월 28일 드디어 1군에 복귀했다. 보직은 구원 투수였다. 장원삼이 이탈한 동안, 백정현이 선발 한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 장원삼은 첫 1경기에서 모두 1⅓이닝을 투구하며 무실점 행진을 했다. 5월 31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이대호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실점. 하지만 3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서 다시 3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3-5로 뒤진 7회초 1사 1루에서 등판해 실점을 막았다. 이후 연장 10회까지 무실점하며, 팀의 6대5 끝내기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덕분에 심창민, 장필준 등은 휴식을 취했다.
SK도 좌완 김태훈의 쏠쏠한 활약에 웃고 있다. 김태훈은 올 시즌 임시 선발로 1군에 등록됐다. 5월 7일 첫 경기에 등판했고, 5월 26일 인천 LG 트윈스전에선 5⅓이닝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선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3(17⅔이닝 3자책점)으로 잘 던졌다. 최근에는 스캇 다이아몬드가 1군에 돌아오면서 구원 투수로 나오고 있다. 최근 2경기에서 모두 2이닝을 던지며 무실점. SK는 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박종훈에게 5이닝 만을 맡겼고, 김태훈이 2이닝을 막아주면서 5대2로 이길 수 있었다.
김태훈은 그냥 구원 투수가 아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김태훈을 전천후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원 투수로 등판시키면서, 필요할 때는 선발로 쓰겠다는 의미다. 당초 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김태훈이었으나, 지금의 쓰임새는 그 어떤 투수들보다 다양하다.
다른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매 시즌 선발 경쟁을 펼쳤던 이민호(NC 다이노스)는 주로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기본 1이닝을 초과해 던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3일 잠실 LG전에선 1⅔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구원 성적은 14경기서 평균자책점 3.32(19이닝 7자책점). 넥센 히어로즈 오주원 역시 시즌 초 선발 경쟁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구원으로 등판한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50(18이닝 5자책점)으로 호투하고 있다. 각 팀에서 모두 버팀목이 되고 있는 투수들이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