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교체 시점은 보통 해당 투수의 구위와 불펜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감독 입장에서는 "투수 교체가 적절했다"는 평가만큼 듣기 좋은 말도 없다. 그러나 한 시즌을 치르며 매번 만족스러운 투수교체를 할 수는 없다. 결과론이겠지만 항상 비난도 쏟아지게 마련이다.
4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는 양팀 사령탑간의 팽팽한 불펜 지략 싸움이 불꽃을 튀겼다. 전날까지 불펜 평균자책점이 LG가 3.27로 1위, NC가 3.76으로 2위. 불펜 최강팀간 맞대결이 벌어진 셈이다.
LG 선발 류제국과 NC 선발 이재학이 모두 5회를 넘기지 못한 가운데 양팀은 필승조들이 총출동했다. 경기전 NC 김경문 감독은 "오늘은 어제 쉬었던 필승조 뿐만 아니라 최금강도 대기한다"고 했다. LG 역시 이번 홈 3연전 1,2차전을 모두 내준 터라 불펜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였다.
불펜을 먼저 가동한 쪽은 LG다. 지난달 30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5일만에 등판한 류제국은 3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다가 4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1-2로 역전을 당하고 1사 2,3루서 LG는 정찬헌을 불러올렸다. 정찬헌은 다음 타자 스크럭스 타석에서 폭투를 범해 한 점을 줬고, 이어 스크럭스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아 3루주자마저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1-4로 벌어졌다. 결과론에 따르면 투구수 78개에 그친 류제국 교체는 실패였다.
이는 NC도 마찬가지였다. 이재학은 지난 1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2이닝 동안 45개의 공을 던졌고, 이틀을 쉬고 이날 LG전에 등판했다. 당시 투구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등판 자체는 문제될 리 없었다. 이재학은 1회와 4회 각각 한 점씩 준 뒤 5회말 2점을 허용해 4-4 동점이 됐다. 4-2로 앞선 5회 1사 2,3루서 등판한 좌완 임정호가 박용택에게 2타점 중전적시타를 얻어맞아 이재학의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순식간에 동점이 됐다.
불펜싸움이 본격화된 것은 6회부터다. LG는 6회초 세 번째 투수 왼손 윤지웅을 투입했고 1사 1루에서 다시 이동현을 기용, 모창민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이동현은 7회 삼자범퇴 후 8회 1사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제 몫을 했다. LG는 8회 1사 1루서 진해수, 2사 1,2루서 신정락을 내세워 실점을 막았다. 완벽한 교체 타이밍이었다.
반면 NC는 6회말 믿었던 원종현이 한 점을 줘 리드를 빼앗겼다. 5회 1사 1루서 마운드에 올라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한 원종현은 6회 선두 오지환에게 우익선상으로 빠지는 3루타를 허용한 뒤 채은성의 유격수 땅볼 때 1실점했다. 그러나 NC도 더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원종현이 7회 2사 2루서 물러나자 김진성이 박용택을 고의4구로 내보낸 뒤 양석한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진성은 8회말을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승부는 9회 갈렸다. LG는 9회초 신정락이 선두 스크럭스를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내보낸 뒤 박석민에게 중월 2루타를 얻어맞고 다시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나온 김지용이 무사 1,3루서 이호준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6-5, NC의 리드. NC는 마무리 임창민이 9회말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처리하며 1점차의 짜릿한 승리를 마무리했다.
양팀이 6회 이후 정교한 불펜 싸움을 펼친 결과 승자는 NC였다. 불펜진 활약상은 LG가 5⅔이닝 2실점, NC는 4⅔이닝 1실점이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