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건들을 중심으로 탄탄하게 구축된 것처럼 보인 롯데 자이언츠 선발진이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초여름 파도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모래 위에 쌓은 누각처럼 말이다. 실질적인 에이스인 박세웅과 송승준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컨디션이 최근 바닥을 헤매고 있다.
롯데는 지난 3일 부산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1대10으로 패하며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올시즌 두 번째로 긴 연패다. 이 기간 롯데는 모두 두 자릿수 실점을 기록했다.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은 매우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올시즌 롯데만이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을 기록했다. 10실점 이상을 11경기나 한 삼성 라이온즈도 4경기 연속은 없었다.
선발투수가 조기에 무너진 탓이다. 지난달 31일 삼성전 레일리(3이닝 6실점)와 지난 1일 삼성전 애디튼(4⅓이닝 7실점), 2일 kt전 김원중(1이닝 10실점), 3일 박진형(3⅓이닝 6실점) 모두 5회를 넘기지 못하고 대량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들이 모두 패전을 안은 것은 당연한 일.
롯데 선발투수들이 동반 부진에 빠진 이유는 뭘까. 사실 공교로운 일도 아니다. 레일리는 여름부터 하락세를 타는 스타일이고, 애디튼은 입단 당시 커리어 자체부터 큰 기대를 하기 힘들었다. 김원중과 박진형은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을 맞아 페이스를 잃을 때가 됐다. 체력적으로 피로가 쌓이기 시작하는 시점서 상대의 세밀한 분석에 당하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교체가 시급한 실정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아직 롯데는 이 부분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조원우 감독은 "구단에서 결정을 어떻게 내릴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주어진 자원 가지고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감독으로서 외국인 투수 교체를 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구단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움직임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날 현재 레일리는 3승5패 평균자책점 4.74, 애디튼은 2승6패 평균자책점 6.55를 기록중이다. 퀄리티스타트는 레일리 4번, 애디튼 2번이다.
김원중과 박진형의 경우 시즌 초부터 로테이션에 포함돼 지금까지 나란히 9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그 사이 두 선수 모두 한 차례씩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휴식 기간을 충분히 갖는 등 체력 관리를 받았다. 그래야 후반기 가서도 힘을 낼 수 있다는 스태프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김원중은 9일 이상 휴식을 취한 다음 나선 경기가 세 번이나 되고, 박진형도 4월 26일 한화 이글스전을 마친 뒤 열흘을 쉬고 5월 7일 KIA 타이거즈전에 등판한 바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박진형은 지난달 27일 KIA전에서도 3이닝 10안타 11실점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고, 김원중은 열흘만에 등판한 이날 kt전서 1회부터 난타를 당했다.
그나마 박세웅과 송승준은 아직까지 멀쩡하다. 박세웅은 풀타임 선발 두 번째 시즌을 맞아 매 경기 자신감이 넘친다.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과 완급조절능력도 좋아졌다. 생애 처음으로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했던 송승준은 4월말 로테이션에 합류한 이후 5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50의 호투를 이어갔다.
6월은 본격적인 순위 싸움이 시작되는 시기다. 모든 팀들이 매경기 총력전을 펼치기 때문에 한 번 처지면 반등하기 힘들다. 롯데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 또는 결단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