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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네스,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몸을 던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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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무리한 베이스러닝을 감행했을까.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2일 잠실구장. LG는 7회초까지 1-4로 밀리며 패색이 짙었다. 7회말 1사 1루 찬스서 이날 대수비로 교체출전한 루이스 히메네스가 첫 타석에 출전했다. 히메네스는 3루쪽 느린 땅볼을 굴리고 열심히 뛰었다. NC 3루수 박석민은 2루 송구를 포기하고 재빠르게 1루에 던졌다. 간발의 차로 아웃. 그런데 히메네스가 왼발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그리고 부축을 받고 덕아웃 밖으로 나갔다.

느린 화면을 보면 히메네스가 조금이라도 빨리 1루 베이스를 밟으려고 베이스까지 한참 남은 가운데 왼 다리를 쭉 뻗어 베이스를 밟았다. 평소보다 더 높이 뛰어 올라 베이스를 밟을 때 무게 하중이 왼 다리아 쏠렸기에 충격이 갔다. 화면을 봤을 때는 무릎에 하중이 실려 뒤틀리는 줄 알았다. 십자인대 파열 등의 중상이 걱정되는 장면. 다행히 히메네스는 무릎이 아닌 발목 염좌부상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무릎 부상이 컸다면 큰일일 뻔했다.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그렇게 무리한 베이스러닝을 감행했을까. 히메네스에게 최근 하루하루는 지옥같다. 자신의 부진 속에 팀 타선 전체가 하락세를 타며 긴 연패를 했다. 히메네스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안보인다. 지난달 12일 한화 이글스전을 시작으로 5월 말일까지 15경기 선발로 출전해 타점이 단 1개 뿐이었다. 5월26일 SK 와이번스전 솔로포 하나가 유일한 타점이었다. 6월 들어 치른 2경기는 아예 주전으로 나서지도 못했다. 수비를 하다 어깨를 다쳤다고 했지만, 경기에 아예 못뛸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다. 워낙 부진하다보니 선발 기회를 잃은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고 히메네스는 절대 경기 준비를 대충하지 않는다. 홈경기에서 홈팀 훈련이 먼저 끝나면, 쉬지 않고 실내 연습장에 가서 또 방망이를 돌린다. 그의 왼 손바닥에는 물집이 크게 잡혀있었다. 보통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는 물집이 잡혀도, 시즌 도중에는 물집이 잡히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히메네스는 경기 전 왼 손바닥에 두껍게 테이핑을 한다.

하지만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니 골치가 아프다. 자신있게 휘두르면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간다. 그래서 소극적으로 맞히려 하면 그것도 또 병살타가 된다.

히메네스는 현재 큰 위기다. LG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다. 하지만 당장 히메네스가 없다고 생각하보면, 그 것도 답답할 것이다. 방망이만 제 페이스를 찾는다면, 견실한 3루 수비를 해주는 외국인 타자는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 히메네스가 큰 부상을 피한 건 LG에 다행일 수 있다. 덕아웃에서는 한 없이 밝은 척을 하면서도 여린 속으로 마음 고생하고 있는 히메네스.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적극적 기살려주기 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