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O리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선수 출신 단장, 40대 젊은 지도자의 중용이다. 10개 구단 단장 중 6명이 선수 경험이 있고, 4개팀은 40대 지도자가 팀을 지휘하고 있다. 팀 상황에 따라 성향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젊은 지도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지난 시즌 종료 후 4개팀 사령탑이 바뀌었는데, 두 명의 40대 감독이 탄생했다.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46)과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44)이 올 해부터 팀을 이끌고 있다.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48)은 LG 트윈스를 거친 사령탑 6년차고,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46)은 지난해 지휘봉을 잡았다. 최근 김성근 전 감독이 떠난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 후보로 40대 야구인이 거론되고 있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평판좋은 젊은 코치라면 잠재적인 감독 후보로 보면 될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40대 감독들의 등장은 소통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 못지않게 상하간의 소통을 중심하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젊은 지도자는 선수, 프런트와 원활한 의사소통에 강점이 있다. 감독이 앞에서 끌어가는 방식보다 서로 존중하며 신뢰관계를 형성해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물론, 40대 젊은 지도자의 장점을 강조한 설명이다. 구단은 지향하는 바가 팀 리빌딩이든, 이전보다 더 나은 성적이든, 분위기 쇄신이 기본이다.
새 감독을 세웠다는 건 이전 리더십에 대한 아쉬움,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 감독은 완성되지 않는 전력을 안고 시작해야 한다. 대개 만만찮은 환경에서 출발한다.
2010년 이후 40대 감독들의 첫해 성적을 보자.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50), 염경엽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49)이 눈에 띈다. 김태형 감독은 2015년 48세에 사령탑에 올라 79승65패, 승률 5할4푼9리를 기록했다. 페넌트레이스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첫해부터 독보적인 성과를 냈는데, 운이 많이 따랐다. 그해 페넌트레이스 1위팀 삼성은 해외 원정도박에 연루된 주축 선수들을 빼고 한국시리즈에 임했다. 2013년 45세에 팀을 맡은 염경엽 전 감독은 72승2무54패, 승률 5할7푼1리를 기록하고 페넌트레이스 3위에 올랐다. 히어로즈를 팀 출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김기태 감독은 LG 시절인 2012년 57승4무72패(승률 0.442)로 7위, 이종운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49)은 2015년 66승1무77패(승률 0.462) 8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 장정석의 히어로즈는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김한수 감독의 라이온즈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아무리 충실하게 준비했다고 해도, 마주한 현실은 많이 다르다. A감독은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생각했던 것 중에서 30% 정도만 이뤄진 것 같다"고 했다. 머릿속에 그린 구상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크다.
전력 변화에 따른 대처와 투수 교체. 40대 사령탑이 첫해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 포인트다.
B 감독은 "갑자기 부상 선수가 나오면 정말 난감하다. 대체 선수로 공백을 최소화해야하는데 힘들다"고 했다. 제한된 자원을 짜내 최상의 경기력을 뽑아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첫해부터 꼼꼼하게 전체를 살펴볼 여유도 없다. 선수층이 두터운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와 달리 KBO리그에선 예비 전력을 육성해 써야 한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다.
C 감독은 "투수 교체와 마운드 운용, 특히 불펜 관리가 정말 어렵다"고 했다. 투수 교체 타이밍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때가 많다. 경기 후반 중요한 시점에서 이뤄지는 구원진 운용은 상당히 까다롭다. 경기 결과로 직접 연결되다보니, 찬사와 비난이 쏟아진다. 감독이 지고 가야할 숙명이다. 40대 야수 출신 사령탑 곁에는 대개 투수 출신 수석코치가 자리하고 있다. 수석코치, 투수코치 조언을 들고 결정을 한다고 해도 결국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돌아간다.
팀 분위기를 만드는 건 베테랑 선수들이다. 감독과 주축 베테랑 선수간에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야구인들은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더라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로야구 감독직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 파트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40대 감독들이 시즌 종료 시점에서 어떤 성적표를 손에 쥘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