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와 레즈(일본)는 강팀이다.
지난 3시즌 간 J리그에서 3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2014년은 2위, 2015년은 3위, 지난 시즌에도 2위에 올랐다. 강점은 막강 공격력이다. 철저하게 미드필드를 거치는 다른 J리그팀과는 달리 속도와 힘을 겸비한 우라와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펼치고 있다. 매시즌 리그 최다득점 1, 2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올 시즌에도 12경기에서 33골을 넣으며 압도적인 차이로 리그 최다득점을 기록 중이다. '주포' 고로키 신조(11골), 하파엘 다 실바(6골)이 나란히 J리그 득점 1,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우라와는 ACL F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6경기에서 18골을 넣었다. 경기당 3골이라는 가공할 득점력이었다. 서울과 웨스턴시드니와의 홈경기에서는 각각 5골과 6골을 넣을 정도로 몰아치기에 능하다. 광저우 헝다(중국)와 함께 조별리그에 나선 32팀 중 가장 많은 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우라와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홈 분위기다. 우라와는 J리그 최고 인기팀이다. 지난 시즌 J리그 관중 동원 1위다. 매경기 3만명 정도의 관중들이 뜨거운 함성을 보낸다. 무엇보다 우라와 서포터스는 극성스럽기로 유명하다. 인종차별적 응원으로 질타를 받는가 하면, 최근에는 전범기 사용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징계를 받았다. 원정팀 입장에서는 힘겨운 경기를 치를 수 밖에 없다. 우라와는 올 시즌 ACL 7경기 중 원정에서는 1승3패에 그쳤지만 홈에서는 3전승을 거뒀다.
제주는 31일 일본 우라와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우라와와 2017년 ACL 16강 2차전을 치른다. 제주는 1차전에서 마르셀로, 진성욱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0 승리를 거뒀다. 다행스러운 결과지만, 축구에서 2골차는 안심할 수 없는 스코어다. 앞서 언급한대로 우라와는 다득점에 능한 팀이다. 2차전에서는 1차전에서 부상으로 뛰지 못한 하파엘도 복귀할 전망이다. 제주는 1차전에서 상대를 무실점으로 묶었지만, 사실 내용을 보면 골과 다름없는 찬스를 여러차례 허용했다. 0대1로만 패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우라와의 열광적인 분위기와 싸워야 한다. 조성환 제주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평소 보다 더 강한 정신력을 주문하고 있다. 상대의 분위기에 말리지 않는 냉정함을 강조하고 있다. 다행히 제주는 어려운 원정을 넘은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달 25일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장쑤 쑤닝(중국)과의 원정 5차전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장쑤 역시 분위기가 뜨겁기로는 밀리지 않는 곳이었다. 여기에 제주 선수들은 ACL의 유일한 K리그 생존팀이라는 책임감까지 더했다. 이같은 책임감은 특히 J리그팀들과 상대할 때면 더 뜨겁게 타오른다. 제주는 올 시즌 J리그팀 상대로 3전전승 중이다.
제주는 이미 돈과 명예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창단 첫 ACL 16강으로 한껏 주목 받았다. 금전적 실속도 있다. AFC로부터 조별리그 수당 및 원정경기 보조금을 합쳐 36만 달러(약 4억원)를 챙긴 제주는 8강에 오르면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추가로 받게 된다. 확보하는 상금만 총 51만 달러(약 5억7000만원)에 달한다. K리그 클래식 우승 상금(5억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과연 제주는 또 한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해법은 '냉정함' 유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