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언터처블'. 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이 세번째 등판에서 가장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브리검이 마침내 첫승을 거뒀다.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한 브리검은 7이닝 동안 안타 4개만을 맞으며 1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5개 빼앗아냈다. 150㎞에 육박하는 직구와 커브 특히 슬라이더와 투심패스트볼이 위력을 발휘한 날이었다. 타선도 LG 투수들을 상대로 많은 점수를 내지는 못했지만, 브리검이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면서 넥센이 3대1 승리할 수 있었다.
KBO리그 데뷔 후 세번째 등판. 브리검은 앞선 두번의 등판에서 각기 다른 숙제를 남겼었다. 첫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18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5이닝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제구가 불안정하고 투구 템포가 지나치게 길어 야수들을 지치게하는 보완점이 보였다. 코칭스태프는 낯선 환경 속에서 긴장감 있게 치른 데뷔전인만큼 차차 나아질 부분으로 판단했다. 장정석 감독도 "(투구 내용을)아주 좋게 봤다"면서 흡족해했다. 다만 "느린 투구 템포는 앞으로 빨리빨리 하는 쪽으로 당부했다"고 했다.
24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한 두번째 등판에서는 또 지나치게 제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묘하게 꺾이는 공이 브리검의 장기인데, 이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정직하게 들어가는 공은 NC 타자들의 노림수에 여지없이 걸렸고, 결국 6이닝 동안 11개의 안타를 두들겨 맞으면서 5실점(3자책) 패전 투수가 됐다. 수비 실책이 겹쳤다고는 해도 만족스런 결과는 결코 아니었다.
브리검은 앞선 두번의 등판을 모두 홈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렀다. KBO리그의 야외 구장은 잠실이 처음이었다. 잠실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투수친화형 구장이다.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외국인투수들도 마찬가지. 브리검 역시 이런 부분을 어느정도 염두에 둔 채 마운드에 올랐다.
또 하나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근 LG 타자들의 급격히 떨어진 페이스다.
특히 경기 중 배터리의 패턴이 흥미로웠다. 1회말 주자 출루 후 주무기인 슬라이더로 위기를 탈출한 브리검은 초반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했다. 하지만 타선이 한바퀴 돈 이후에는 슬라이더가 아닌 투심패스트볼로 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LG 타자들은 브리검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6회말에는 제구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오히려 여유를 보였다. 1실점 후 1사 1,3루 위기 상황에서 타격감이 좋지 않은 히메네스를 상대로 초구 투심패스트볼을 던졌고, 땅볼 유도에 성공하면서 병살타가 됐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이닝을 종료한 브리검은 임무를 완수하고 물러났다.
브리검이 적응을 끝마치면 넥센 선발진에도 다시 계산이 선다. 현재 앤디 밴헤켄과 신재영이 로테이션에서 빠진 상황에서 브리검이 한현희 조상우 최원태와 중심을 지키고, 김성민의 합류로 좌완 불펜도 여유가 생긴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