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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노골'과 VAR의 교훈…싸움도 잦아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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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도 줄어드려나…."

27일 열린 2017년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서울-울산의 13라운드는 아쉬움만 가득한 경기였다.

0대0이란 스코어가 말해주 듯 서울과 울산 모두 절반의 성공이었다. 울산은 8경기 연속 무패에 만족했지만 연승에 실패했고, 서울은 무승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결과는 찜찜했지만 내용은 달랐다. 보는 이에겐 진땀나는 장면으로 박진감이 있었다. "양 팀 골키퍼가 가장 고생했다"는 촌평이 나올 정도로 두 팀은 서로의 골문을 향해 거세게 충돌하며 재미난 장면을 듬뿍 선사했다.

이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은 최근 골감각을 올리기 시작한 울산 최전방 이종호다. 이종호는 후반 44분 서울의 페널티박스 주변을 공략하던 중 기습적으로 중거리슛을 때렸다. 공은 크로스바를 맞은 뒤 바로 밑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골문 밖으로 튕겨나왔다. 공이 크로스바에 맞으면서 역회전이 걸리며 밖으로 튕겨나온 게 화근이었다.

주심과 부심 모두 골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종호와 울산 벤치가 어필을 해봤지만 '노골'은 번복되지 않았다. 사실 눈 깜짝할 새 벌어진 벼락 슈팅이라 현장에서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기를 중계한 케이블TV 방송도 리플레이를 보여줬지만 화면이 선명하지 않은 데다, 카메라 각도도 애매해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필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VAR이 적용됐더라면 양쪽 골라인에 고정 카메라가 설치되기 때문에 단박에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VAR의 위력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제축구연맹(FIFA) 17세이하월드컵에서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한국도 A조 1차전 기니와의 경기에서 조영욱의 골이 VAR 판독에 의해 무효골로 선언되기도 했다.

K리그는 7월 초 본격 도입을 앞두고 막바지 시범운영 기간을 거치는 중이다. 이번 서울-울산전에 VAR을 투입했지만 말 그대로 테스트 기간이라 판정에 개입하지는 못했다.

이종호의 노골은 그동안 도마에 올랐던 애매한 심판 판정과는 좀 다른 상황으로 VAR의 필요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VAR이 아직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쟁만 커졌기에 더욱 그렇다.

서울-울산전이 끝난 뒤 온라인 공간에서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벌어졌다. 이종호의 노골 판정을 두고 '골'과 '노골'을 주장하는 두 파로 나뉘어 거친 '글싸움'이 벌어졌다.

자신의 판단과 다른 주장을 펼치면 'XX' 욕설섞인 표현으로 상대를 공격하기 일쑤였고, 눈이 어떻게 됐느니, 신체가 문제가 있느냐는 등 모욕성 대응도 넘쳐났다.

나아가 '매수구단', '패륜' 등 주제와는 상관없는 표현까지 끄집어내 상대를 자극했다. 일부 자제를 요청하는 댓글은 있었지만 쉽게 묻혀졌다. 건설적인 온라인 토론장이 아니라 진흙탕 싸움판이나 다름없었다.

VAR이 있었다면 하지 않아도 될 감정대립이다. 프로축구계 관계자는 "축구 관련 콘텐츠에 댓글을 달면서까지 관심을 보내주는 성의는 고맙지만 '나와 다르면 적'이라는 식의 이분법 사고가 팽배한 걸 보면 섬뜩하기도 하다"면서 "여가생활의 하나로 스포츠로서 K리그를 묵묵히 즐기는, 침묵하는 절대 다수의 팬들까지 눈살찌푸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VAR이 도입되면 축구팬들간 불필요한 논쟁은 사라지고 깔끔한 응원문화가 융성할까. VAR 도입 직전에 터진 이종호의 노골 논란이 축구팬들에게 던진 숙제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