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살도 모자라 삼중살까지?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3연패 늪에 빠진 LG는 초반부터 연패를 끊기 위해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했다. 2회 채은성이 사구로 출루했고, 오지환이 상대 투수 실책으로 살아나갔다. 무사 1, 2루 찬스. 타석에는 하루 전 홈런을 친 루이스 히메네스. 그러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연출됐다. 삼중살. 1년에 2~3번 나올까말까 한 장면이 LG에서 나왔다. 이 삼중살로 인해 LG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졌고, 결국 8회까지 1점도 뽑지 못하며 끌려가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상황을 보면 히메네스가 불리한 볼카운트 2S 상황서 문승원의 변화구에 톡 맞히는 타격이 됐다. 그 타구가 3루수 최 정에게게 기가 막히게 흘러갔고, 공을 잡고 3루 베이스를 밟은 최 정은 편안하게 2루수에게 공을 던져 삼중살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야구를 하다보면 삼중살을 당할 수도 있고, 병살타를 칠 수도 있다. 전문가 중에서는 병살타는 타구가 배트 중심에 잘맞아야 나오는 것이니 낙심하지 말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LG의 최근 병살은 다르다.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케이스가 아니라, 히메네스의 경우처럼 찬스에서 일단 맞히고 보자는 식의 타격이 나오니 내야에 힘 없는 땅볼이 나오고 그게 병살로 연결되고 있다.
LG는 27일까지 병살타 전체 1위의 팀 52개다. 이 병살타가 확 늘어난 건 지난주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부터다. 선두 경쟁을 벌이는 양팀의 굉장히 중요한 3연전이었고, 시리즈 전부터 '미리보는 한국시리즈'라는 평가가 나왔다. 선수들이 꼭 이겨야 하는 경기 큰 부담을 가졌다. LG는 당시 3연전 병살에 울어야 했다. 16일 첫 경기 병살타 4개를 치고 2대3으로 패했다. 병살 2개만 줄였어도 승부는 어떻게 될 지 몰랐다. 이 경기를 허무하게 내주자 시리즈 전체가 망가지고 말았다. 18일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외야진의 치명적 실책과 함께 한 경기 4병살로 스윕패를 당하고 만 것이다.
26, 27일 SK전 역시 병살타를 2개씩 때려내며 경기를 어렵게 풀었다. 아예 찬스도 못만드는 무기력함이라고 하면 지나가는 슬럼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찬스는 곧잘 만든다. 결국 찬스에서 자신감 부족이 비효율적 경기로 연결되고 있고, 이렇게 패함에 따라 타자들의 자신감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양상문 감독도 선수들의 고충을 모를리 없다. 아웃되고 싶어서, 병살타 치고 싶어서 땅볼을 굴리는 선수는 세상에 없다. 안타를 치고 싶은데, 어떻게 하다보니 병살 타구가 만들어진다. 찬스에서 '꼭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오히려 움츠러들게 된다. 양 감독은 "시즌을 치를 때면 잘 될 때도,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선수들이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가 가진 스윙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