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최강희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최강희는 KBS2 수목극 '추리의 여왕'에서 생활 밀착형 추리퀸 유설옥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유설옥은 추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주부탐정'이다. 조작된 살인 사건으로 부모님을 여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기존에 최강희가 보여줬던 어떤 캐릭터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최강희는 '강블리'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통통 튀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1995년 KBS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 '학교'(1999) '행진'(2000), '맹가네 전성시대'(2002), '보스를 지켜라'(2011), '7급 공무원'(2013)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언제나 그의 캐릭터는 톰보이, 혹은 고난 속에도 당당하고 뚝심있는 털털한 캔디였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나 '화려한 유혹'에서 농도 짙은 감성 연기를 펼치기도 했지만 워낙 로코물에 강한 이력이 있어 최강희에게는 '로코퀸' 혹은 '강블리'의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최강희가 보여줬던 캐릭터의 매력을 집대성한 듯한 느낌이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설옥의 기본 성격은 발랄하다. 오지랖도 넓고 여기저기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줌마스러운 모습도 있지만 평탄치 못한 가정사에도 여전히 밝고 씩씩하게 사건을 해결하러 달려나가는 캔디형 캐릭터다. 자신을 아줌마라고 무시했던 하완승(권권상우)와 티격태격하며 사건수사를 이어가는 케미 또한 유쾌하고 발랄했다. 이처럼 꾸밈없는 털털함과 귀여움은 최강희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분야다. 여기에 추리 과정에서 보여주는 은근한 카리스마와 냉철한 판단력, 범죄를 향한 분노와 상실에 대한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녹여내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단순한 '동안미녀 강블리'가 아닌, 데뷔 22년차 탄탄한 내공을 쌓은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색다른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최강희가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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