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바르셀로나B)다.
두 선수는 공격축구를 펼치는 신태용호 전술의 핵심이다. 둘다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다. 왼쪽에 포진한 이승우는 좌, 우, 중앙 가리지 않고 움직이며 득점을 노린다. 오른쪽 날개 백승호는 가운데로 내려와 빌드업에 가담한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마무리까지 이들의 몫이다. 이번 대회에서 신태용호가 기록한 5골을 모두 둘이 만들어냈다. 이승우는 2골-1도움, 백승호는 2골을 기록 중이다.
그런 이승우와 백승호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는 나서지 않는다. 신태용 감독은 "두 선수는 우리가 2연승 할 때 큰 힘을 보탰다"며 "백승호는 체력을 끌어올리려 많이 고생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올라왔다. 그렇지만 피로가 누적된 만큼 휴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신 감독은 "잉글랜드전은 쉬어 가는 경기가 아니다. 조별리그 3전승 통과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우리는 이기기 위해 경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우-백승호가 신태용호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했던만큼 이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공격진에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최전방 공격수 조영욱(고려대)도 벤치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조영욱은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경고를 받았다. 잉글랜드전에서도 경고를 받으면 16강전에 나설 수 없다.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친 조영욱도 이승우 백승호 이상으로 체력소모가 컸던만큼 휴식이 필요하다.
잉글랜드전에는 전혀 새로운 스리톱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자르' 강지훈(용인대)-'하리즈만' 하승운(연세대)-'임니에스타' 임민혁(서울)의 출전이 유력하다. 강지훈은 지난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환상의 오버헤드킥골을 성공시키며 축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강지훈은 스트라이커,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 윙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이승우처럼 감각적이지는 않지만 훨씬 저돌적이다. 잉글랜드가 지난 기니전에서 상대의 저돌적 돌파에 약점을 드러낸만큼 강지훈의 활약이 중요하다.
하승운은 최전방 공격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조영욱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조영욱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조영욱이 전문 스트라이커라면 하승운은 측면도 소화할 수 있다. 다양한 포지션 체인지도 기대할 수 있다. 기니전에서 골을 넣었던 임민혁은 중앙 미드필더지만 사이드에서도 뛸 수 있다. 백승호가 했던 것처럼 측면에 포진하지만 중원으로 이동해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전술의 연속성에서 유용한 카드다. 공격 자원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에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한찬희(전남)도 잉글랜드전 출격 대기 중이다.
신 감독은 "막연히 경기에 못 뛴 선수의 사기 진작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이길 수 있고, 사고 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겠다. 또 어느 선수가 나가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벤치에서 독을 품고 있던, 준비된 태극전사들은 또 어떻게 사고를 칠지. 잉글랜드전은 그들의 한풀이 무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