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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점유율-슈팅수 필요없다, 행복은 득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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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결국 골로 말하는 스포츠다.

점유율이 대세인 시대다. 일명 '티키타카'로 불리는 짧은 패스 축구가 선진 전술로 여겨지고 있다. 바로바로 주고 받는 연계 플레이는 세련된 축구라고들 한다. 반대로 한 번에 때려잡는 전략은 마치 '죄악'인양 평가절하된다. '안티 사커'라는 표현도 이런 인식에서 나왔다.

일부 맞는 말이다. 점유율은 중요한 지표다. 볼을 오래 그리고 잘 소유하는 팀은 경기를 지배할 확률이 높다. 이 과정에서 많은 슈팅 기회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확률론이다. 높은 점유율과 많은 슈팅은 결코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둘을 뛰어 넘는 '진리'는 따로 있다. '행복은 득점 순이다.'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신태용호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23일 아르헨티나를 2대1로 제압하며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과정은 험난했다. 볼 점유율이 40대60으로 밀렸다. 아르헨티나의 거센 압박에 잔뜩 웅크렸다. 슈팅수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7개, 아르헨티나는 19개다. 유효슈팅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8개를 기록했다. 한국의 총 슈팅수보다 많았다. 그러나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미소 지은 쪽은 한국이었다.

지난 20일 기니전 양상도 그랬다. 슈팅수에서 압도적으로 밀렸다. 기니는 한국(7개)의 두 배가 훌쩍 넘는 19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역시 승리는 한국의 몫, 3대0으로 완파했다.

다른 경기들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전(3대0 잉글랜드 승) 압도적으로 밀렸다. 점유율은 41대59. 슈팅수(아르헨티나 22개, 잉글랜드 7개)에서도 뒤처졌다. 하지만 완승을 거뒀다. 실리를 챙긴 건 잉글랜드였다.

C조의 잠비아는 '유럽 강호' 포르투갈을 맞아 점유율 44%에 그쳤다. 16개로 많은 슈팅을 때렸으나 포르투갈(21개)에 더 많은 슈팅을 허용했다. 그러나 승점 3점은 잠비아가 챙겼다. 2대1로 이겼다. 같은 조 이란은 코스타리카와 붙어 40%의 점유율과 10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코스타리카는 15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순도는 이란이 높았다. 1대0으로 이겼다. 우루과이도 24일 일본전에서 볼 점유율(우루과이 45%, 일본 55%), 유효슈팅(우루과이 3개, 일본 4개) 모두 밀렸으나 2대0으로 이겼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해결사'와 '팀 멘탈'이다. 한국은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바르셀로나B)라는 특급 해결사를 보유하고 있다. '바르샤 듀오'는 나란히 이번 대회 2경기 연속골(2골)을 기록했다. 밀리는 경기를 하더라도 언제든 틈만 나면 상대 골망을 가를 준비가 돼있다. 반면 모든 조별리그 경기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던 아르헨티나는 '마침표'가 없었다. '주포'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대회 개막 전 목부상, 개막 후엔 1차전서 퇴장을 당하는 악재가 있었다. 아무리 공을 잘 돌려도 골 넣을 해결사가 없었다.

팀 멘탈도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뛰는 대회다. 감정 동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무리한 슈팅으로 이어진다. 영양가 없이 숫자만 많은 슈팅 기록이 나오는 이유다.

전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