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모씨(44)는 30대에 아토피로 수년간 고생한 경험이 있다. 오랜 치료 끝에 완치 후 결혼해 지금은 돌이 지난 자녀를 두고 있다. 최근 대기질이 급격히 나빠지며 아이의 피부 트러블이 잦아짐에 따라 혹시 자신처럼 아토피 피부염을 앓게 될까봐 고심하고 있다.
- 이모군(10)은 놀이동산에 다녀온 뒤 목과 손목, 팔목, 무릎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가 간지럽고 빨갛게 부었다. 간지러운 부위를 하루 종일 긁어 피가 나고 딱지도 생겼다.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은 결과 '아토피 피부염'이였다. 가려움을 줄이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피부가 회복될 때까지 약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라는 처방을 받았다.
- 얼마 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김모군(8)은 반복적인 콧물과 코막힘, 재채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감기가 오래가는 것으로 알고 감기 치료를 받던 김군은 알레르기 검사 결과 동물 털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달 반 동안 약물과 내원치료를 받고 증상이 완화됐다.
날씨는 따뜻해지고 추운 겨울을 이겨낸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봄은 한때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4계절 중 가장 위험하고 짜증나는 계절이 되어가고 있다. 연일 중국발 중금속 미세먼지와 몽고발 황사가 날아들고 각종 꽃가루까지 휘날리는 등 곳곳이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들로 가득하다.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고통스런 계절이 봄이다. 특히 알레르기 질환이 있거나 겪었던 부모들은 자녀들의 건강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계절이다. 봄철에 특히 심화될 수 있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은 무엇이고, 부모와 자녀 간 상관관계와 연령별 위험도, 예방과 완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자녀와 애완동물을 함께 지내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녀의 알레르기 질환은 부모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 질환을 보유한 경우 50%, 양 부모 모두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면 75%의 확률로 자녀에게도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또, 애완동물은 자녀의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킬 수 있다.
홍석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아토피성 피부염, 기관지천식, 알레르기 비염을 '3대 알레르기 질환'이라고 한다"며 "나이가 어릴 때부터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데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부모의 자녀가 어린 시절 애완동물의 항원에 조기 노출되면 3대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나타난다. 면역계 이상으로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꽃가루나 집먼지 진드기 등을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항원으로 인식해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곳은 코의 점막이나 기관지, 눈, 피부 등 동시 다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어릴 때 발생한 알레르기 질환을 방치할 경우 만성질환이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은 성장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집중력 저하나 학습장애, 성장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용수 메디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과장은 "부모가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 생후 6개월 이상의 모유수유가 많은 도움이 된다"며 "최근 연구에서는 임신 중 산모의 유산균 섭취도 유익하다는 보고도 있다"고 밝혔다.
◇가렵고 붉은 피부 '아토피 피부염'
건조한 날씨와 밤낮의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평소 피부질환을 앓던 환자들은 환절기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유아와 소아에게 발생하는 흔한 만성 혹은, 재발성 피부염이다. 생후 2~3개월부터 증상이 발생하고 환자의 50% 이상은 2세 이전에 발생한다. 대부분 5세 이전에는 증상이 나타나며 드물지만 성인이 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30대 중반의 한 후배는 몇 년 동안 중국으로 장기 파견을 다녀온 뒤 아토피 피부염이 발생했고, 또 다른 30대 후배는 수년 동안의 생활의 모든 부분이 치료에 맞춰져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아토피 피부염이 더 이상 어린아이들만의 질환이 아닌 셈이다.
세균과 바이러스, 진균감염 등 피부 감염으로 인해 아토피 피부염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면역학적, 환경적, 정신적 요인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오염과 주거환경 변화, 식생활의 서구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피부 보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규중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미지근한 물로 5분 정도 목욕한 후 수건으로 가볍게 두드려서 물기를 닦아내고 물기가 마르기 3분 전에 보습용 크림과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며 "피부를 긁더라도 피부가 갈라지는 손상을 줄이기 위해 손톱은 짧게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원인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작아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들어와 기관지와 폐 속 등에 흡착돼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한다. 가벼운 경우에는 감기 증상과 비슷해 "항상 코감기를 달고 산다"며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미세먼지 외에도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과 비듬, 바퀴벌레 따위의 곤충 부스러기 등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 발생할 수 있다. 음식물과 음식물 첨가제, 약물 등에 의해서도 알레르기 비염이 유발될 수 있다.
맑은 콧물을 자주 흘리고, 코가 막히며, 재채기를 자주 하면 알레르기성 비염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손으로 코를 자주 문지르며, 콧등에 가로 주름이 많이 생길 수 있다. 또, 오랫동안 코가 막혀 입으로 호흡하면서 얼굴이 길어지는 '아데노이드 얼굴'을 유발하기도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해 피부반응 검사 등 알레르기 검사를 시행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을 알아내고 이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는 2016년 15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약 30%(440만명)가 20세 미만 소아청소년이다.
정용수 메디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과장은 "알레르기성 비염은 재발과 합병증을 막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병이지만 소아의 경우 조기 치료할 경우 성인 비염보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며 "반면,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코 막힘으로 인해 코골이 같은 수면장애는 물론 체내 산소량이 부족하면서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키 성장 등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감기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아이가 수면 시 코를 골고 입으로 호흡하는 전조증상이 보이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 후 치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나는 기관지 천식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지면 알레르기 천식이 되기도 하며, 비염이 있는 경우 천식을 동반하기도 한다.
홍석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천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담배연기를 피하는 것이 좋고,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물질을 피하는 회피요법을 써야 한다"며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한 경우 면역요법을 시행하면 천식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호흡기 감염은 천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는데 소아는 RS 바이러스(호흡기합포체 바이러스)와 메타뉴모 바이러스를, 성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유의해야 한다.
◇꽃가루에 황사까지 '알레르기 결막염' 주의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에 병발하는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이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다. 최근 만개한 꽃을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눈의 외부를 감싸고 있는 결막에 알레르기 반응 물질이 닿으면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봄철 꽃가루와 황사, 미세먼지는 알레르기 반응 물질로 나들이 시 주의가 필요하다.
증상은 가려움과 부종, 충혈이 대표적이다. 코가 막히거나 맑은 콧물이 나오는 알레르기 비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현진 건국대병원 안과 교수는 "알레르기 결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주 손을 씻고 눈을 만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소 청소를 깨끗이 하고 맑은 날에는 실내를 환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상청 예보를 통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보호안경을 착용하거나 항히스타민제 안약을 미리 넣는 것도 예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눈이 가렵거나 이물감이 느껴진다면 인공눈물로 먼지나 이물질을 제거하고, 냉찜질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냉찜질은 눈의 가려움을 줄이고 부종을 가라앉힌다. 그래도 증상이 계속 된다면 스테로이드제 안약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현진 교수는 "항히스타민제 안약은 면역계의 과민반응과 부종, 가려움을 줄여준다"며 "부작용이 적어 소아에게도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제 안약은 장기간 사용하면 다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할 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알레르기 진단과 검사법>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 항원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피부반응검사'와 '혈액검사'가 있다.
피부반응검사는 원인 항원을 피부에 바르고 15분 후 그 부위가 붉어지거나 부풀어 오르는지 보는 검사다. 저렴하고 한 번에 많은 항원을 검사할 수 있다. 피부반응검사에서 한국인을 위한 알레르기 페널이 대략 40종이 있다. 40종 모두를 시행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려 이 중 가장 흔한 10~12개를 추려 검사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알레르기 페널은 집먼지 진드기 2종, 개, 고양이, 곰팡이, 꽃가루, 수종 등이 있다.
바로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피부질환이 있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는 시행할 수 없다. 피부반응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혈액검사를 시행한다. 혈액검사는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높다. 혈액검사를 통해 특정 항원에 대한 과민 항체량을 측정할 수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의 정도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된다.
<공기청정기 고르는 법>
알레르기 반응은 유전, 면역 등과 같은 체내요인과 기후변화, 환경, 감염인자 등의 체외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항원은 대개 공기 중을 돌아다니게 되므로 환기를 통해 실내공기를 정화하고 순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자주 발령되는 오존주의보나 미세먼지주의보로 인해 환기가 어렵다면 공기청정기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공기청정기는 공기 속 오염 물질을 정화하여 신선한 공기로 바꿔주기 때문에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공기청정기를 고를 때는 먼지, 연기, 꽃가루,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애완동물 알레르기 유발인자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 음이온을 많이 생성하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음이온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외에 병원성 세균 등 미생물을 제거하는 기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음이온 생성양이 적거나 음이온 발생 시 오존을 유발하는 제품은 피해야 한다.
정용수 메디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과장은 "실외에서 미세먼지나 꽃가루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대기 중 부유물질 차단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공기가 좋을 경우에는 환기로 실내의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지만 실외공기가 좋지 않을 때는 공기청정기 사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