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월화극 '귓속말'에서 강정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권율을 만났다.
권율이 연기한 강정일은 타고난 금수저 엘리트로 젠틀한 가면 뒤에 엄청난 권력욕과 야망을 숨긴 인물이다. 사랑하는 여자 최수연(박세영)과 태백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결국 힘의 논리에 의해 최일환에게 배신당하고 태백의 후계자 자리와 최수연까지 잃자 분노하며 반격을 개시했다. 그리고 최일환(김갑수)에게 살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다 결국 덜미를 잡혔다.
권율은 사회적인 지위가 있고 반듯한 외모와 친절한 말투, 행동을 보이지만 속내는 전혀 다른 반전 악역을 소름끼치게 소화해냈다. 보는 이의 핏대를 세우게 만드는 극한 예민함으로 강정일의 히스테릭한 분노를 그려내는 한편 최수연과 아버지에 대한 애증, 이동준(이상윤)과 신영주(이보영)에 대한 분노, 최일환에 대한 반발감 등 다양한 감정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몰입을 높였다. 권율의 강정일이 없었다면 '귓속말'의 무게감도, 긴장도도 훨씬 떨어졌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권율이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을 내렸다.
"하나하나 감사한 작업들이 많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영화 '명량'에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조금이나마 나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디딤돌이 되는 작업이라 그런지 지금까지도 가장 감사한 작품이다. 인생캐릭터라기 보다는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캐릭터다."
권율은 영화 '명량'을 터닝포인트로 꼽는다. 2014년 개봉한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장남 이회 역을 맡은 그는 선 굵은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2년 영화 '생일'로 데뷔한 뒤 무려 12년 만에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명량'이었다. 그 전에는 사실 열정만큼, 원하는 마음만큼 일이 되지 않았다. 선택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선택되지 않을 때 부침의 시간이 많았다. 하나 잃고 싶지 않았던 건 나는 언젠가 꼭 좋은 배우가 될 거라는 거다. 그것에 대해 한번도 의심한 적은 없었다. 아직 내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나는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책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 끝없이 내가 무너질 것 같았다. 나를 한번도 의심하지 않으려고 했던 게 너무 힘든 20대 중후반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게 됐다. 내 연기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해줄 수 있는 시기가 분명히 온다고 믿고 그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사실 권율은 20대 초반 매니지먼트를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걸었다. 오디션을 봐서 어떻게든 기획사 연습생으로 들어가려 하는 최근 트렌드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20대 초반에 매니지먼트도 거부하고 했던 생각을 지금은 후회한다. 나는 대학 과정을 마치고 군 복무를 마치고 내 것을 쌓아야하는 시기인데 매니지먼트에서 오라고 하면 나는 아직 보여줄 게 없는데 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나중에 많이 쌓고 가겠다고 했었다. 가서 쌓았어도 되는 건데 그때는 어린 마음이었던 것 같다. 혹시 이 기사를 읽는 어린 친구들이 있다면 매니지먼트에 들어가서 더 체게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 더 폭넓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때 얘기했던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 보다는 많은 것들을 축적해서 가고 싶었다. 예전의 힘든 시기들에 더 차곡차곡 잘 쌓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더 쌓아가야 하고 더 많이 배워야겠지만 조금은 공금할 수 있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된 것 같다."
그렇다면 권율은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을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예술인들을 후원하고 싶다. 또 나를 믿을 수 있게 실천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목에 칼이 들어왔다는 심정으로 매 작업을 하고 있다. 매 작업을 한 순간도 허투로 하고싶지 않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내 꿈은 계속 변하는 것 같다. 오늘의 할 일을 대충하면 거기에 맞는 꿈이 형성되는 것 같고 절실한 만큼 그에 대한 목표와 꿈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결과물을 너무 쫓게 되면 힘들어지기 때문에 결과물은 너무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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