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저만 골을 넣지 못했나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나 이내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그래도 우리 팀이 이겼잖아요. 정말 좋아요." 막내 조영욱(18·고려대)이 해맑게 웃었다.
1999년생. 신태용호의 막내다. 그는 한두살 터울의 형들과 호흡을 맞추며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치르고 있다. 낯설지 않은 일이다. 그는 2년 전에도 형들과 함께 월드컵을 준비했다. 조영욱은 언남고 2학년이던 2015년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대회 직전 부상으로 본선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이후에도 한두살 많은 형들과 함께 뛰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1, 2차전에 선발로 출격, 엄청난 활동량으로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한국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신태용 감독도 "조영욱은 제 몫을 해주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의 활약은 아르헨티나전에서 폭발했다. 한국이 넣은 2골 모두에 관여하며 팀의 2대1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조영욱은 전반 18분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 이승우의 선제골을 도왔다. 추가골도 조영욱의 움직임에서 나왔다. 그는 한국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40분 상대 진영을 향해 돌진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를 막고 충돌한 아르헨티나 골키퍼의 반칙을 이끌어내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당시 조영욱은 상대와 부딪쳐 그라운드에 낙하, 한동안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내 툴툴 털고 일어나 마지막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맹활약에 비해 유독 골 운이 없었다. 1차전에서는 VA 판독 결과 골이 취소됐다. 2차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유도했지만 직접 차지 않았다. 그렇지만 개의치 않는다. 승리,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 "1차전에서도 그렇고 2차전에서도 골을 넣지 못했어요.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승호 형이 교체 아웃 될 때 안아주면서 '이건 네가 넣은 골'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제가 우리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기뻐요."
사실 공격수에게 '헌신'이라는 말은 쉽게 매치되지 않는 단어다. 오히려 다른 선수의 헌신을 통해 골을 넣어야 하는 것이 공격수의 역할이다. 조영욱 역시 도우미 역할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사실 대회 시작할 때만 해도 골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경기를 하면서 우리 팀이 이기는 것에 저절로 초점이 맞춰지더라고요. 골을 넣지 못해 아쉬운 점은 있지만, 팀이 이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좋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조영욱의 시선은 이제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잉글랜드전으로 향한다. "아르헨티나와 경기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후반 15분 정도부터는 체력이 떨어져서 정신력으로 버텼어요.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머리 박고' 뛰었어요. 잉글랜드전에서는 더욱 간절한 마음가짐으로 뛸게요. 이겨서 조 1위 했으면 좋겠거든요. 다음 경기에는 시작과 동시에 더욱 힘차게 '머리 박고' 뛰겠습니다." 조영욱 얼굴에 번지는 환한 미소를 따라 한국 축구의 희망도 피어 오르고 있다.
전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