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박종훈 단장이 김성근 감독 퇴진 이후 처음으로 언론 앞에 앉았다.
박 단장은 25일 대전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야구장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김 전 감독과 대립각을 세우며 논란의 축에 섰던 박 단장은 감독 퇴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야간 타격훈련부터 사임을 수용하기까지의 과정, 향후 감독 선임 등에 관해 의견을 밝혔다. 한화는 지난 23일 김 감독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고, 당분간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박 단장은 "이 기회에 팀이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고, 이 대행에게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든 정리된 분위기에서 팀을 잘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차기 감독으로)우리 팀의 비전에 맞는 분을 선임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박 단장과의 일문일답
-김 감독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혀달라.
▶사건의 발단은 아시다시피 특타 자제 거부였다. 그날 감독님이 이럴 거라면 나오지 않겠다고 말씀하셨고, (그룹에)보고할 사항이라고 판단해 보고를 했다. 그리고 다음 일들이 진행됐다.
-결국 감독과 단장의 대립 관계가 사건의 원인 아닌가.
▶많은 기사들이 감독과 나의 관계로 설정해서 나왔다. 실제로 감독과 구단의 의견이 대립되는 과정이었다. 감독과 단장의 임무와 책임이 있는데 명확한 구분이 없었던 것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감독님과 나 사이에 그렇게 많은 언쟁을 했거나 그런 것 없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감독님과 나의 대립으로 발전된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었다. 분명한 것은 특타에 관한 이견으로 시작됐고, 내 개인적인 판단 기준은 그런 상황이 가중되면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R&R(Role and Responsibility)에 입각해서 진행된 사안들이다.
-지금의 대행체제가 언제까지 간다고 봐야 하나.
▶사실 감독님이 갑자기 사의표명을 한 것이라 그 준비에 대해서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 분위기가 지속되면 우리 팀의 어려움이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비전을 가지고 (감독 선임을)진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구단이 말하는 비전이 무엇인가.
▶2017년은 뉴 챌린지 비전으로 시작했다. 감독님이라는 모두 공감하는 큰 분이 계셨지만, 그분이 추구하시는 야구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 속에서 미래의 비전, 육성야구를 추구하면서 팀을 강화해 나가려 했는데 뜻하지 않게 이렇게 됐다. 뉴 챌린지, 우리 비전에 맞는 적당한 인물을 찾는게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나이많은 선수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부분에 대해 변화를 주고 육성을 시작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스타라든지, 선수 육성을 통해 팀을 강하고 단단하고 응집력 있게 만드는게 비전의 골자다. 감독님이 계셨을 때 추구하는 그런 야구에서 우리 비전에 입각한 야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변화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차기 감독 선임 계획은.
▶감독님이 안계신 가운데 어떻게 추스릴 것인지가 어제까지의 계획이었고, 나가신 뒤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중이다. 오늘부터는 후보군을 찾아서 의논하려 했는데 조금 늦어졌다. 될 수 있으면 빠르게 정리해서 후보들을 필터링해 팀에 맞는 감독을 찾겠다. 지금 현재는 백지라고 봐야 한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다.
-이상군 대행에게 당부한 것은.
▶단장 입장에서는 선수들을 살피고 환경과 분위기를 체크하는 게 임무다. (이 대행에게는)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게 흔들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드렸다.
-차기 감독 선임 방법은 마련했나.
▶후보군들을 인터뷰도 하겠지만, 우리가 필터링을 하고 생각을 모아서 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 대행 승격은 조심스럽지만 아직 거기까지 생각은 미치지 못했다. 이 문제는 민감하고 작은 불씨가 큰 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구단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어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시즌 중이고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올초 우리 전력을 보면서 감독과의 입장 차이에서 트러블이 생성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려했던 건 선수 구성에 있어 잘 끌고 갈 수 있는 과정에 있었다 . 그 부분이 생각보다 안됐다. 경기를 보면 올해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빠르게 지쳐간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아직은 우리가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전력을 극대화할 방법 찾을 것이고, 그게 감독 선임이라면 그리고 선임이 된다면 우리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