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2연패를 당한 중국 커제 9단에 대해 "동료 기사로서 가슴 아프다"는 소감을 밝혔다.
25일 TV조선을 통해 방송된 커제 대 알파고 2국의 해설자로 나선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이 평소의 스타일과 다른 바둑을 두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면서 "저도 지난해 알파고와 대국했을 때 생소함과 부담감이 굉장히 컸다. 커제 9단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커제 9단이 평소 두던 바둑을 두지 못했다"면서 "평소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세돌 9단은 '다시 알파고와 붙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가 다시 도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박정환 9단 등 후배기사들에게 기회가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25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커제 대 알파고의 제 2국에서 알파고가 불과 155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1국에 이어 완벽에 가까운 바둑을 구사했다. 커제는 대국 초반, 느슨한 행마를 펼치다 하변 대마가 일찌감치 고립돼 주도권을 빼앗겼다. 간신히 패로 버텼으나 이미 형세는 알파고 쪽으로 기울었다.
세계 랭킹 1위 커제는 자신의 주특기인 '흔들기'를 들고 나와 국면을 난전으로 유도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상대는 감정의 기복이 없는 인공지능이었다. 알파고는 커제의 흔들기 전략에 역시 유연하게 대처하며 빈틈을 내주지 않았고, 평소 머리 긁는 습관이 있는 커제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커제는 하변 대마를 간신히 살렸으나 그 대가로 알파고의 상변 대마와 하변 대마가 연결되는 바람에 승부수를 띄울 기회 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인간계 대표는 155수만에 허무하게 돌을 던졌다.
커제와 알파고는 27일 마지막 3국을 펼친다. 이세돌 9단은 "커제가 마지막 대결에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충분히 살렸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26일 오전에는 알파고A와 구리 9단, 알파고B와 롄샤오 9단이 복식조를 이뤄 상대와 대국을 펼치는 복식전이 펼쳐진다. 이어 오후에는 천야오예·저우루이양·미위팅· 스웨·탕웨이싱 등 9단 기사 5명이 상의하면서 단체로 알파고와 겨루는 상담기가 열린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