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팀 미래 모두에 좋으니 일석이조.
올시즌 프로야구를 살펴보면 새로운 트렌드 하나가 생겨났다. 바로 선발투수 10일 로테이션이다. 많은 팀들이 사용하지는 않지만, 몇몇 팀 감독들이 선수 육성과 보호를 위해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중이다. 10일 로테이션은 선발로 등판한 투수가 4~5일 휴식을 취하는 게 아니라 아예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10일을 쉬고 다시 등판하는 경우다. 엔트리에서 빼지 않아도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한다.
대표적인 구단이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영건 김원중과 박진형을 무리시키지 않는다. 박진형은 21일 LG 트윈스전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는데, 그 전 등판이 13일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김원중 역시 지난 6일 KIA 타이거즈전 등판 이후 16일 kt 위즈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조 감독은 두 영건 뿐 아니라 최근 개인 4연승으로 폭풍 질주를 하고 있는 베테랑 송승준에게도 10일 간의 휴식을 줬다. 당장 1승이 급하지만, 시즌 끝까지 완주하기 위해서는 쉬어가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kt 김진욱 감독도 주 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지난 11일 KIA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주 권은 5일 휴식 후 17일 롯데전에 등판했는데, 구위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롯데전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주 권은 한 번 등판하면 충분히 쉬고 던져야 한다. 그 사이 비워지는 자리는 다른 투수들을 돌려가며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 권은 18일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런 결정까지의 여러 이유가 있다. 젊은 투수들이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 4~5일 휴식 후에는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결국 선수 성장을 위해 멀리 내다보고 내리는 결정이다. 힘이 빠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을 던지면 어깨와 팔꿈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난타당할 경우 선수도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1~2년 정도 이와 같은 로테이션으로 투입돼 경험을 쌓으면 선수들이 스스로 4~5일 휴식 로테이션에 적응할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요령을 터득할 수 있다. 롯데 뉴 에이스 박세웅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올해는 정상 로테이션에 투입돼도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
또, 한 시즌만 놓고 봐도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감독들은 치열한 순위싸움이 결국 무더운 여름철까지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승부는 그 때라는 뜻이다. 8월 정도를 승부 타이밍으로 보고, 그 때 힘을짜내야 하기에 지금은 경기와 충전을 번갈아가며 해야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 때는 여유가 없어 10일 휴식을 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10일 로테이션의 단점은 없을까. 투수 전문가 차명석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선수도 리듬과 감이 있는데, 상승세를 타면 그 기운을 계속 이어가고픈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게 끊어질 염려가 있고, 경기 감각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면서도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체계적으로 성장한 투수들이 향후 오랜 기간 좋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어렸을 때부터 지나치게 많은 공을 던지면 분명 탈이 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