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깜짝 반전'이다. 시즌 100패를 걱정하던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 주 첫 위닝시리즈를 한데 이어, 첫 3연전 스윕까지 달성했다. SK 와이번스에 2승(1패)을 거두고, 한화 이글스를 맞아 3연승을 챙겼다. 지난 주 원정 6연전에서 무려(?) 5승(1패)을 거뒀다. 4월까지 26경기에서 4승(2무20패)에 그친 팀이, 지난 6경기에서 한달간 거둔 승수를 넘겼다. 개막 첫 달부터 워낙 부진이 깊었기에 강렬했던 원정 6연전이다.
지난 주 삼성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6경기 중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4번 나왔고, 선발 투수가 승리 투수가 된 게 2게임이다. 선발 투수들이 30⅔이닝을 책임지면서, 평균자책점 3.23을 마크했다. 두 차례 선발이 4회 이전에 조기 강판됐는데, 이 두 경기를 모두 잡았다. 20~21일 한화전에서 7회 이후 6점을 뽑아 9대8, 8대7 역전승을 만들었다. 지난 주 팀 타율 3할1푼2리. KBO리그 10개팀 중 팀 타율 2위다.
심하게 엇박자를 내던 투타 불균형 해소가 좋은 흐름을 만들었다. 특히 외국인 전력의 좋은 활약이 반갑다. 재크 페트릭은 17일 한화전에서 6⅓이닝 2실점 호투로 승리의 발판을 놓았고, 부진으로 2군까지 갔다온 다린 러프는 지난주 타율 3할2푼(25타수 8안타),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4번 타자 러프를 주목해야할 것 같다. 지난 주 때린 8안타 중 6개(2루타 4개, 홈런 2개)가 장타였다. 장타율 7할2푼. 김한수 감독이 애태우며 기다렸던 중심 타자의 모습이다. 주춤하던 구자욱, 이승엽도 각각 2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힘이 됐다.
반전의 기회를 잡은 건 분명한데, 문제는 지속 가능하느냐다. 지난 주 상대한 SK, 한화는 중하위권팀이다. 삼성을 압도할만한 전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한화는 삼성과 3연전 직전 경기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9회말 끝내기 만루 홈런을 내주고 패한 후유증을 안고 있었다. 3연전 마지막 날엔 3회까지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벤치 클리어링에 휘발려 퇴장을 당했다. 고질적인 불펜 불안을 시한폭탄처럼 갖고 있는 한화다.
물론, '서프라이즈 파티'같은 지난 주 성과를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상대적으로 일정이 나쁘지 않았고, 운이 따라줬다고 해도, 삼성이 정상화로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주축 선발 페트릭과 윤성환이 꾸준한 가운데, 부진했던 우규민이 돌아왔고, 대체 선발 백정현이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중간계투에서 선발로 전환한 백정현은 지난 3경기(선발 2게임)에서 16⅓이닝, 평균자책점 1.10을 기록했다. 셋업맨과 마무리로 나서고 있는 장필준, 심창민도 믿을만하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점에서 앤서니 레나도가 퓨처스리그(2군)에서 예열을 마치고 합류한다. 수없이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겠지만, 이전보다 나빠지기 어려운 분위기기 같다.
라이온즈는 이번 주 kt 위즈, 히어로즈와 6연전이 예정돼 있다. kt와 첫 3연전에선 스윕패를 당했고, 히어로즈와 1승2패를 기록했다. 이번 주 삼성을 지켜보자.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