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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침착함과 시야, '16세 천재' 구보의 재능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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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13분 등번호 20번을 단 '꼬마' 선수가 출격준비를 마치자 일본 취재진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관중석 한켠을 채운 일본 서포터스 역시 그 선수가 볼을 잡을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주인공은 '일본의 메시' 구보 다케후사(16·FC도쿄)였다.

일본은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남아공과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는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U-20 월드컵과 인연이 깊었던 일본이 10년만에 다시 U-20 월드컵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기였다. 하지만 진짜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구보였다.

구보는 일본이 자랑하는 유망주다. 일찌감치 천재 소리를 들었던 구보는 2011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바르셀로나에 입단했다. 2012~2013시즌 30경기에서 74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차지한 구보는 승승장구 했지만 바르셀로나가 18세 미만 선수들의 외국 이적을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으며 경기 출전이 어렵게 됐다. 잔류를 선언한 이승우와 달리 구보는 일본 복귀를 택했다.

2015년 FC도쿄 U-15팀에 입단한 구보는 1년만에 U-18 팀으로 월반했고, 2016년 11월 J3 경기에 데뷔하며 J리그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경신했다. 구보는 지난 4월 J3리그 세레소 오사카 U-23 팀과 경기에 15세 10개월 11일의 나이로 득점에 성공, 역대 J리그 최연소 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난해 11월 일본 U-19 대표팀에 역대 최연소(15세 5개월 20일)로 뽑힌 구보는 U-20 월드컵 대표팀까지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구보는 이번 대회에서 세네갈의 우세이누 니앙에 이어 두번째로 어린 선수다.

하지만 단순히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한 선발이 아니었다. 구보는 연습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4살이나 위인 형들과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대회에서 구보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런 구보의 첫 FIFA 주관대회 출격에 많은 시선이 모아졌다. 일본은 무려 100여명 이상의 취재진을 보내며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구보는 미요시를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가장 익숙한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였다. 구보는 투입되자마자 번뜩였다. 절묘한 스루패스로 오가와에게 단독찬스를 만들어줬다. 이어 후반 26분에는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왼쪽을 돌파한 구보는 공격수의 위치를 확인하는 침착함을 보인 뒤 택배 크로스를 보냈다. 이를 도안이 뛰어들며 마무리했다. 역전골이자 이날의 결승골이었다. 어린 선수가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기대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 왜 그토록 일본 열도가 구보에 열광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구보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쉽게 볼을 찼다. 넓은 시야가 돋보였다. 주변 선수들에게 툭툭 내주며 템포를 만들어갔다. 빈곳이 생기면 송곳같이 파고들었다. 물론 1m67에 불과해 수비시나 공격시 상대와 몸싸움에서는 이겨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를 뛰어 넘는 영리함이 있었다. 신체적으로 성장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능만큼은 분명해보였다. 일본은 남아공을 상대로 2대1 역전승에 성공하며 첫 판부터 기분좋은 승점 3점을 챙겼다.

한편, '아프리카 예선 1위' 잠비아는 포르투갈을 꺾고 짜릿한 첫승을 신고했다. 잠비아는 21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포르투갈과의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대1로 이겼다. 잠비아는 후반 6분 칠루피야, 후반 31분 사칼라의 연속골로 승기를 잡았다. 포르투갈은 후반 추가시간 헬데르가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승부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C조의 다른 경기에서는 이란이 후반 36분 터진 메흐디카니의 결승골을 앞세워 코스타리카를 1대0으로 제압했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