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다시 시작되는 역사!'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IP를 활용해 개발중인 모바일게임 '리니지M'이 6월 21일 출시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6일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이를 공개하고, 15일 현재 사전예약자가 4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 16일 자정에 캐릭터 사전생성에 돌입했는데, 21일 오전 10시 현재 100개 서버 가운데 82개에서 캐릭터 생성이 마감될 정도다. 다시 몰아닥친 '리니지 신드롬'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9일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역대 최고가를 찍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도 있다.
▶한국 모바일 역사, 다시 쓸까?
'리니지'는 지난 1998년 첫 선을 보인 국내 최초의 인터넷 기반 온라인게임이다. 파란색 화면의 PC통신과 텍스트를 활용한 채팅 게임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IMF 구제금융 시대에서 사회적 활력이 떨어졌던 당시였기에 '리니지'의 출시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서비스 2개월만에 동시 접속자수 1000명을 달성한데 이어 서비스 15개월만에 온라인게임 최초로 100만 유저를 달성할 정도로 혁신적인 게임성에 게임팬들은 환호했다. 서비스 9년만인 2007년 누적 매출 1조원을 찍은데 이어, 2013년 2조원 그리고 2016년 3조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말 그대로 한국 온라인게임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게임이 쏟아지고 그 어느 산업군보다 빠른 기술혁신과 트렌드가 반영되는 게임산업이기에, 출시 후 19년이 지나 이미 구식이 돼버린 시스템과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에 열광하는 유저들이 있다는 것은 온라인게임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징표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써온 게임이기에, 뒤를 이어 '리니지M'이 한국 모바일게임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엔씨소프트 김택헌 부사장이 미디어 행사에서 "'리니지M'은 '리니지'답게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리니지M'은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모바일에 그대로 이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래스의 캐릭터뿐 아니라 혈맹과 대규모 사냥, 공성전 등 핵심 요소를 모두 담았고 모바일에선 좀처럼 보기힘든 오픈 월드를 구현했다. 손가락으로 자유롭게 영역을 그려 다수의 대상물을 선택하는 '아크셀렉터' 시스템과 '단축버튼' 시스템 등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조작 방식도 선보였다. 더불어 PvP 전투에서 '복수' 시스템이 등장하고 캐릭터 육성을 위한 개인 던전이 추가됐으며, 커뮤니티 강화를 위해 '보이스 챗' 기능과 모바일앱 M톡을 출시하는 등 모바일 버전에 특화된 콘텐츠도 등장한다.
무엇보다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경제 구조인 아이템 거래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이로 인해 청소년 불가 등급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주 타깃층을 '린저씨'라 불리는 경제력을 갖춘 30~40대 남성 유저들을 겨낭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굳이 PC를 켜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리니지'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기에, '리니지2 레볼루션'이 보유한 1개월 2060억원의 매출 기록마저 넘어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
▶멀고도 가까운 우리 사이
'리니지M'에 몰리는 관심 덕에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지난 19일 장중 역대 최고가인 38만3000원까지 찍기도 했다. 시가총액도 8조3221억원으로, '리니지M'의 성적에 따라 10조원 돌파도 가능하게 됐다. 반면 지난 12일 코스피에 상장 직후 13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으로 화려하게 '게임 대장주'로 등극했던 넷마블게임즈는 19일 14만3500원의 종가로, 일주일만에 시총 1조원이 날아갔다.
이는 '리니지' IP를 둘러싼 역학 관계 때문이다. 넷마블이 '리니지2 레볼루션'을 지난해 12월 출시한 후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인 상장을 이뤄냈지만, '리니지M'의 등장으로 인해 매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빠진 것이다. 일각에선 '리니지M' 출시 후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시총이 역전되는 '골든 크로스'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물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서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이다. 라이벌 회사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게임이 모두 성공해, 높은 주가가 유지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런 가운데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이 매출 경쟁에 나설 경우 다른 중소 규모의 게임들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우선 '리니지2 레볼루션'이 다음달 아시아 시장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사전예약 16일만에 100만명을 모집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아시아 시장과 달리 북미나 유럽에선 모바일 MMORPG는 아직 마이너 장르이다. '리니지' IP로 세계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