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만 보면 '극장승'이었다.
제주는 2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제주는 전반 3분 레오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 다녔다. 하지만 후반 39분 진성욱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 권순형이 극적인 역전 중거리포를 터뜨리며 귀중한 승점 3점을 더했다.
하지만 조성환 제주 감독의 목소리는 밝지 않았다. 그는 "이겼어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리고 했다. 설명이 이어졌다. "두 가지 측면에서 좋지 않았다. 일단 내용이 좋지 않았다. 상대가 밀집수비를 할 것을 알고 치른 경기였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경기 운영 능력이 나빴다. 그래서 체력적으로도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는 부상자가 좀 나왔다. 권한진의 몸상태도 안좋고, 한두명도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 감독이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한 것은 일종의 '메시지'다.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는 선수단 전체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조 감독은 다른 어떤 감독보다 마음가짐을 중시한다. 그가 제주 부임 후 가장 강조한 것 역시 투쟁심이었다. 이날 제주가 상대한 대구는 11위팀이었다. 제주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그 '무난히 이길 것'이라는 생각 하나가 경기를 망쳤다는 것이 조 감독의 불만이었다. 조 감독은 "K리그는 만만히 볼 팀이 하나도 없다. 안주하면 끝이다. 좋지 않은 마음가짐이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각심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했다.
둘째는 다가오는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제주는 24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우라와를 만난다. 제주는 K리그에서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다. 당초 16강 진출을 노렸지만 이제는 더 높은 곳까지 오르겠다고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조 감독은 K리그 대표 다운 경기를 위해서는 더 강한 정신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감독은 "우라와 경기를 봤더니 만만치 않더라. 조별리그에서 붙은 감바 오사카(일본)와는 차이가 좀 있었다. 지금처럼 느슨한 압박으로는 답이 없을 것 같다. 상대가 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K리그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조 감독의 메시지가 선수단을 다시 깨울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