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힘든 토너먼트의 첫 경기, 그것도 압박감이 심한 홈구장에서 치러야 했다. 상대는 제대로 분석되지 않은 미지의 팀이었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니전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전이었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해냈다. 무려 3골이나 넣었고, 한골도 내주지 않았다. 3대0 완승.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 백승호(바르셀로나B) 등 스타선수들이 골맛을 보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고, 그동안 매경기 골을 내주다시피 했던 수비진은 가장 중요한 본선에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결과적으로는 그야말로 완벽한 경기였다.
하지만 내용까지 완벽한 경기는 아니었다. 신태용호는 전반 중반까지 상대 기니에 밀려 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조별리그 통과를 넘어 4강, 혹은 그 이상을 목표로 하는 신태용호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눈에 띄었다.
첫번째는 패스미스가 너무 많았다. 신태용호는 그간 평가전에서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공격축구를 펼쳤다. 하지만 기니전에서는 빌드업 과정, 공격 작업 과정에서 실수가 너무 많았다. 물론 첫 경기라는 부담감이 작용한 듯 보였다. 패스가 이어지지 않다보니 준비한 패턴이 펼쳐질 기회가 없었다. 오히려 이전 평가전과는 달리 이승우의 개인기에 의존한 경기였다. 기니의 수비 조직력이 허술했던만큼 정확한 패스가 이어졌다면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을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도 인정했다. 그는 "사소한 패스미스 있었다. 템포 조절 미흡한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 아쉬웠다. 마무리, 쉬운 패스 실수 줄이면 아르헨티나전에는 더 좋은 경기 할 수 있다"고 했다.
두번째는 협력수비 부재였다. 신태용호는 경기 초반 기니의 왼쪽 날개 쥘스 케이타의 엄청난 개인기에 끌려다녔다. 골은 내주지 않았지만 전반 이승우의 선제골이 나오기 전까지 고전한 이유는 우리의 오른쪽이 집중 공략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는 케이타와 매치업을 펼쳤던 이유현(전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의 기량이 좋으면 그때는 혼자가 아니라 두세명이 함께 막아야 한다. 하지만 기니전에서는 협력수비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압박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전방압박은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케이타 상황에서 보듯 상대의 측면 공격이 이어질때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가 함께 윙백들을 도와주는 장면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기니 선수들이 마무리를 잘했더라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도 많았다.
아르헨티나는 비록 첫 경기에서 0대3으로 패했지만 클래스가 다른 팀이다. 기니전처럼 한, 두 선수의 개인플레이로는 넘기 어렵다. 개인기에 마무리능력까지 보유한 상대 공격진은 1대1로는 막기 어렵다. 패스게임과 협력수비, 모두 답은 '함께'다. 기니를 잡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언더독이다. 팀으로 움직여야 이길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