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좋게 봤다."
넥센 히어로즈의 새 외국인 선수 제이크 브리검은 지난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9회초에 팀이 역전을 허용하며 첫승은 불발됐지만, 안타 2개 허용하며 실점하지 않은 것은 나쁘지 않은 결과. 비록 제구 난조로 4개의 볼넷을 내준 것이 흠이었다. 그의 장기인 변화가 심한 공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함께 남겼다.
브리검은 다음 주중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에 출격한다. 첫번째 등판에서 장점과 불안점을 모두 보여줬기 때문에 그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브리검에 대해 "첫 등판을 아주 좋게 봤다. 공 변화도 굉장히 좋았다"고 평가했다. 대체로 만족스러웠다는 뜻이다. 장 감독은 "너무 정확히 던지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제구가 흔들렸다. 다음 경기에서는 맞춰 잡는데 중점을 두자고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의 말대로 브리검은 마이너리그에서도 주무기인 커브와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구사하고 싱커성으로 떨어지는 공,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 낙차 크게 떨어지는 공까지 고루 던질 줄 아는 투수였다. 물론 KBO리그 타자들에 대한 적응 기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이런 특기가 발휘된다면 쉽게 무너질 스타일은 아니다. 타자들의 기술 발달로 '지저분한 공'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든 리그 상황을 고려해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주문한 미션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템포 조절. 장정석 감독은 "첫 등판에서는 너무 템포가 느렸다. 경기 자체가 루즈해질 수 있다. 지난번에도 수비 시간이 너무 길어지다보니 몇몇 야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분을 더 신경써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지나치게 완벽하게 던지려는 마음을 버리고 자신의 공을 뿌리면 템포 조절 역시 한결 수월해진다.
넥센은 브리검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션 오설리반을 퇴출하고 데려온 선수이기 때문에 이제는 대안도 없다. 다행히 신재영 최원태 한현희 조상우 등 국내파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지만, 앤디 밴헤켄 역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자리를 비운 상태다. 선발진 활약으로 4위까지 치고 올라온 넥센이 승부처인 여름에 상위권 도약도 노려보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수의 존재감도 분명히 필요하다. 브리검이 열쇠를 쥐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