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박진형의 승리 요건을 날린 보크. 과연 보크일까 아닐까.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21일 잠실구장. 이날 경기는 양팀 선발투수 차우찬(LG)과 박진형(롯데)의 투수전으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두 투수는 5회까지 단 1점도 내주지 않으며 기싸움을 펼쳤다.
먼저 점수를 낸 건 롯데. 6회초 최준석이 1타점 선제 적시타를 날렸다. 박진형은 1-0으로 앞선 6회말 마운드에 올랐고 점수만 내주지 않으면 승리 요건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런데 6회말 박진형은 허무하게 보크로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2사 1, 3루 위기서 윤상원 구심으로부터 보크를 지적받고 만 것. 그러자 롯데 포수 강민호가 펄쩍 뛰었고, 평소 과묵한 스타일의 조원우 감독도 흥분한 모습으로 긴 시간 심판진에 항의를 했다. 보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심판도 보크를 선언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상황을 살펴보면, 박진형의 투구 동작에서 큰 움직임은 없었다. 투구판을 밟고, 세트포지션에 들어가기 전 오른손을 글러브에서 빼고 홈플레이트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투구를 하기 위해 세트포지션에 들어가려는 순간 윤 구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보크 지적을 했다.
느린 그림을 보면, 세트포지션에 들어가기 전 박진형의 왼 어깨가 미세하기 흔들리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규정을 보면 '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투구와 관련된 동작을 일으킨 다음 그 투구를 중지했을 경우' 보크가 선언된다. 박진형의 이 미세한 어깨 움직임이 그의 투구 습관 동작이 아니고,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투구 이중동작이 됐다는 것으로 보크 지적 이유가 설명된다. 그 움직임을 첫 번째 투구 동작으로 봤을 때, 박진형이 그 동작을 멈추고 다시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것이기에 투구 이중동작이 되고 규정만 따지고 보면 보크가 맞다.
문제는 불문율과 관례다. 박진형의 그 미세한 움직임이 과연 타자 기만행위가 될만큼 눈에 띄고, 중요했느냐는 것이다. 육안으로는 보기도 힘든 그 움직임을 문제 동작으로 지적한다면, 모든 투수들의 미세한 동작도 보크로 지적해야 한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기계가 아닌 사람인 이상, 매 투구 순간 100% 똑같은 모션을 취할 수는 없다. 숨을 거칠게 내쉴 수도 있고, 습관적으로 팔을 흔들고 까딱거리는 동작의 횟수를 바꿀 수도 있다.
정말 애매한 상황이었다. 규정을 엄격히 들이밀자면 보크가 맞다. 하지만, 이 보크로 인해 추후 다른 투수들의 투구 상황도 문제로 지적될 여지를 준 건 문제다.
경기를 지켜보던 투수 출신 한 해설위원은 "타자와의 대결에 지장을 주지 않는 극히 미세한 움직임이나 습관 등은 심판진도, 상대팀도 보크 지적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박진형의 동작도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느린 화면을 보면, 보크 지적이 규정상으로는 틀리지는 않으니 난감한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어찌됐든, 이 판정으로 인해 박진형은 승리 요건을 날렸다. 그리고 LG는 이 동점으로 롯데에 경기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8회말 역전에 성공하며 4대3 승리를 챙겼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