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발 경쟁 후보에서 이제는 실질적 에이스?
LG 트윈스 임찬규의 신분이 달라졌다. 임찬규 아니었으면 LG는 정말 큰일 날 뻔 했으니 이제는 그의 공을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
임찬규는 20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로 등판, 6⅔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며 팀 4연패를 끊어냈다. 선두 경쟁을 벌이던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고, 19일 롯데전까지 지며 최악의 분위기가 된 LG. 만약, 20일 경기까지 패했다면 6연패 가능성도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임찬규의 활약 속에 연패를 끊어내며 반등 기회를 잡았다. 21일 경기 선발이 LG 차우찬, 롯데 박진형이기 때문에 선발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는 LG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임찬규 개인으로는 선발 4연승이다. 그냥 승리도 아니다. SK 와이번스전 7⅓이닝 무실점-NC 다이노스전 7이닝 무실점-한화 이글스전 6이닝 1실점-롯데전 6⅔이닝 1실점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이닝 소화는 물론, 실점까지 완벽한 경기를 하고 있다. 아직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해 순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1.34의 평균자책점은 그가 선발 요원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하다.
임찬규의 승리 패턴을 보면 매 경기 비슷하다. 투구수는 많지 않은 가운데 초반부터 자신의 흐름으로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간다. 마치 '칠 테면 쳐보라'라는 식으로 배짱있게 가운데 공을 뿌린다. 다른 팀 타자들의 반응을 보면 '힘없는 공으로 뭐 이렇게 자신있는 투구를 하나' 생각을 하다 임찬규의 투구에 말린다고 한다. 실제, 임찬규의 직구 구속은 140km 초반대가 될까말까이다. 그러나 자신감 있는 피칭은 임찬규의 공을 150km 강속구 못지 않은 공으로 바꿔준다.
기술적으로는 변화구 제구가 안정되며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었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자, 볼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하지 않으며 자신과 야수 모두 편한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20일 롯데전에서만 사구 3개가 나오며 조금 흔들렸지만, 최근 경기 볼넷과 사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4일 한화전 무4사구, 지난달 27일 SK전은 볼넷 1개 뿐이었다.
임찬규는 올시즌을 앞두고 불안한 신분이었다. 5선발 최유력 후보였지만, 신예 김대현이 나타나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5선발 자리라도 차지하고픈 마음이 간절했던 임찬규, 이제는 LG에 없어서는 안될 선발 요원이 됐다.
물론, 너무 안심만 해서도 안된다. 양상문 감독이 늘 경계하는 것처럼, 선발 풀타임 첫 시즌이기에 체력과 팔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양 감독이 적은 투구수에도 늘 그를 교체해주는 이유다. 지금의 상승세에 너무 들떠 다음 경기 준비에 소홀해서도 안된다. 물론, 최근 임찬규가 야구를 대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이런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LG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