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별 대회에서 아프리카팀은 언제나 까다롭다.
일단 피지컬이 괴물에 가깝다. 나이 논란이 있을 정도로 성인에 가까운 체격조건을 자랑한다. 또 다른 이유는 전력 분석의 어려움이다. 잘하는 상대만큼이나 어려운 상대는 모르는 상대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연령별 대회는 비디오 입수조차 쉽지 않다.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파악조차 어렵다. 당연히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베일에 쌓여있을 수 밖에 없다.
16강 진출의 키를 쥐고 있는 첫 상대 기니 역시 마찬가지다.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대회 조직위 조차 기니가 어디서 훈련을 했는지 행보를 파악하지 못했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도 "(기니가) 최근 어디서 누구와 평가전을 했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입국 후 가진 첫번째 훈련에서도 초반 15분만을 공개하고, 인터뷰도 거부했다.
하지만 힌트는 있다. 2015년 칠레에서 펼쳐진 U-17 월드컵이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기니를 만났다. 한국 축구가 기니와 경기를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한국은 오세훈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기니 U-20 대표팀에는 당시 뛰었던 선수 중 7명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 현 기니 U-20 대표팀의 주축 멤버다.
최진철 당시 U-17 대표팀 감독은 기니의 전력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최 전 감독은 "이 연령대는 1년이 다른만큼 내 기억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전제한 뒤 "기니는 개인기량이 탁월했다. 특히 전방에 포진한 세명의 공격수는 정말 빨랐다. 예측하지 못하는 기술을 구사해서 수비하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최 감독이 말한 세 명의 공격수 중 두 명이 이번 대회 기니의 에이스로 꼽히는 모르라예 실라(아로우카·포르투갈)와 나비 방구라(비젤라·포르투갈)다. 실라와 방구라는 예선전이었던 아프리카 U-20 네이션스컵에서도 각각 2골과 1골을 넣었다.
최 감독은 협력 수비를 강조했다. 최 감독은 "워낙 개인기가 좋아 1대1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아무래도 유럽 진출을 목표로 한 선수들이 많다보니 만들어가기 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공격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런 형태의 공격은 수비 라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격과 허리에서 얼마나 도와주느냐가 중요하다. 2~3명이 과감한 압박 플레이로 예봉을 꺾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트피스 역시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을 앞세운 기니는 높이에서 강점을 보인다. 신 감독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신 감독은 "키가 크고 점프력 좋은 선수들을 앞세워 세트피스에서도 강점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수비는 다소 변화가 있다. 최 감독은 "U-17 월드컵 당시 기니는 수비에 약점이 있었다. 전방에 있는 3명이 수비 보다는 공격에 전념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공간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기니는 U-20 월드컵을 앞두고 이 부분을 집중 보완했다. 아프리카 예선에서 11경기에 나서 10골만을 내줬다. 수비 조직이 짜임새를 갖췄다는 평가다. 물론 공략포인트는 있다. 측면이다. 최 감독은 "아프리카팀의 측면 수비수는 수비 보다는 오버래핑에 방점을 두고 있다. 성향 자체가 공격적이다. 그러다보니 뒷 공간을 잘 내준다. 우리 측면 공격수나 윙백들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노릴 필요가 있다. 안쪽으로 짤라들어가는 움직임에 취약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팀을 상대할때 가장 주의할 점은 초반 분위기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기가 살면 가진 것 이상의 기량을 보이지만, 반대로 기가 꺾이면 반도 보여주지 못한다. 초반 어떻게 상대 기를 꺾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리틀 태극전사들의 정신력이 중요하다. 하나 더, 경기장을 찾을 팬들도 역할이 있다. 경기장에서 엄청난 응원으로 경험이 부족한 기니의 어린 선수들의 기를 죽일 필요가 있다. 초반에 주도권을 잡으면 체력과 집중력이 부족한 기니의 후반 약점도 공략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